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의 하원 의사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82) 미국 하원의장이 20년 만에 민주당 지도부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17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하원 연설에서 다음 의회에서는 당 지도부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세대가 민주당을 이끌 때가 왔다”며 “우리는 더욱 대담하게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2003년 1월부터 4년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지냈고, 2007년에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처음으로 여성 하원의장을 지냈다. 2011∼2019년에는 다시 하원 원내대표를 수행했고, 2019년부터 현재까지 하원의장을 맡아 왔다.
그가 다음 지도부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한 이유 중 하나는 지난 8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공화당에 내준 점도 작용했다. 민주당은 오는 30일 지도부 선거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원의장은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의 민주주의는 장엄하지만 취약하다”며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이 방에서 비극적으로 우리의 취약성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6일 일어났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를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고령에 따른 민주당 내부의 세대교체론과 함께, 지난달 발생한 ‘남편 피습’ 사건도 펠로시 의장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의 남편은 집에 둔기를 들고 침입한 남성에게 공격당했는데, 이 남성은 소셜미디어에서 의사당 난입 등에 대한 음모론을 주장한 극우 인물이었다.
외신은 펠로시 의장이 이날 많은 민주당원의 환영과 응원을 받았으며, 연설 뒤에는 이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에이피>는 “사람들이 한 명씩 올라가 포옹을 하고 역사의 순간을 사진으로 찍었다”고 전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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