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이달 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구성원들 다수가 경제에 가해질 지나친 충격을 우려하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리는 매우 강력한 통화정책을 구사한 연방공개시장위가 다음달 13~14일에는 ‘자이언트 스텝’ 대신 0.5%포인트 인상이라는 ‘빅스텝’으로 돌아갈 것임을 유력하게 시사하는 내용이다.
23일 연준이 공개한 이달 1~2일 연방공개시장위 회의 의사록은 “과반을 상당히 넘긴 수의 참석자들이 곧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을 밝혔다”고 했다. 당시 회의는 40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누르기 위해 기준금리를 또다시 0.75%포인트 올려 3.75~4%로 결정했다.
회의 참석자 19명은 기준금리 인상에 찬성하면서 계속적인 인상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여러 참석자들이 급속한 기준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되돌려놓는 데 필요한 것 이상”으로 경기를 찍어누를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런 의견을 밝힌 참석자들은 0.75%포인트 인상을 이어갈 경우 “금융 시스템에 불안정과 혼란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존 정책의 효과를 검증하기 전에 속도 조절을 추진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소수 의견도 나왔다. 이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진다는 구체적 징후”가 보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2일 연방공개시장위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상 속도를 둔화시킬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르면 다음 회의나 그 다음이 될 수 있다”고 밝히며 속도 조절론을 꺼낸 바 있다. 이후 다른 연방공개시장위 구성원들도 12월에 0.5%포인트를 인상할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인상폭 조절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기준금리를 궁극적으로 얼마로 올릴지가 관건이라며, 자신의 메시지가 매파적 기조 완화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연방공개시장위 위원들이 9월 회의에서 내다본 내년 초 기준금리 평균은 4.6%였다. 11월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도달점에 대한 논의는 없었는데, 금융시장에서는 5%를 넘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연방공개시장위 위원들은 이 회의에서 미국 경제가 내년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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