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브라질 아마존 삼림 벌채에 대한 제재에 나설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인데, 내년 취임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당선자의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공약과 맞물리면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미국이 브라질 아마존에서 급증하는 삼림 벌채 배후의 환경 범죄자들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닌 만큼 미국은 ‘마그니츠키법’을 활용한 제재를 검토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2012년 만들어진 마그니츠키법은 국제적인 인권침해나 부패에 가담한 외국인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경제적 제재를 부과하고 미국 입국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의 제재는 6월 미주정상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과 브라질은 2028년까지 아마존의 불법 삼림 벌채를 근절하기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했다고 발표했었다. <로이터>는 “(미국의 벌채 제재) 계획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미국의 전략에서 중대한 변화를 상징한다”며 “세금 인센티브, 외교적 권고, 복잡하고 느린 다자간 협정 같은 수단에 직접적인 제재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9년 취임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한 개발 정책을 펴면서 벌목 등을 자유롭게 허가해 왔다. 국제사회의 비판에는 아마존이 인류의 자산이 아니라 “우리의 숲”이라며 “일부 유럽 국가의 식민주의적 행태이자 주권 위협 행위”라며 반발해 왔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2월 아마존 벌채는 2008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내년 1월1일 집권 예정인 룰라 대통령 당선자는 환경 정책의 변화를 예고한 상태다. 남미의 ‘좌파 대부’로 불리는 룰라 당선자는 대선 공약의 하나로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내세우며 국제사회의 호응을 얻었고, 10월2일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1.8%포인트 차이로 근소하게 이겼다. 영국의 기후단체인 ‘카본 브리프’는 룰라가 재집권한다면 아마존 열대우림 벌채가 보우소나루 대통령 때보다 89% 감소할 수 있다고 9월 예측했었다.
룰라 당선자는 최근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총회장을 찾아 “브라질이 다시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데 동참하려고 여기에 왔다”며 “아마존 벌목을 제로로 만들고 우리 생태계를 황폐화하는 것을 막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연설로 참석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