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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의 첨단산업 빨아들이기…이게 ‘프렌드 쇼어링’?

등록 2022-12-09 07:25수정 2022-12-12 15:4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 티에스엠시(TSMC)의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피닉스/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 티에스엠시(TSMC)의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피닉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제조업이 돌아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티에스엠시(TSMC) 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이 업체가 400억달러(52조8천억원) 규모의 투자 확대를 결정한 것에 대해 이렇게 선언했다.

“기업들이 유럽을 벗어난 생산과 투자를 고려하기 시작해 우리가 곤란해졌다.” 프랑스 정부 당국자는 지난달 21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엘리제궁 만찬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베엠베(BMW)·볼보·아스트라제네카·에릭슨 등 유럽 기업 최고경영자들에게 미국으로 가지 말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티에스엠시가 사상 최대 규모의 대미 투자를 확정하면서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운 미국의 첨단산업 ‘빨아들이기’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반도체와 전기차 등 첨단산업의 제조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우위를 차지한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이 결실을 맺는 것이지만, 생산 시설과 양질의 일자리를 뺏기게 되는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의 불만은 비등점을 향해 가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굴지의 업체들이 속속 대규모 대미 투자 의지를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20년간 텍사스주에 2천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고, 에스케이(SK)는 최태원 회장이 7월 말 미국에서 22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밝혔다. 미국 업체들도 마이크론은 20여년간 1천억달러를 투자한다고 했고, 인텔은 200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신설 중이다. 아이비엠(IBM)도 2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내놨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베엠베가 17억달러를 들여 전기차 생산 라인과 배터리 제조 시설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미국 투자 붐은 8월에 각각 발효된 ‘칩과 과학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내건 산업 보조금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칩과 과학법’은 반도체 생산 시설 건설에 527억달러의 보조금을 풀고 세액공제도 해준다는 내용을 담았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북미산 전기차에 대당 최대 7500달러(약 990만원)의 세액공제를 하도록 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이런 산업정책을 취하며 내건 명분은 중국을 겨냥한 ‘경제 안보’였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동맹·동반국과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을 추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첨단 생산 시설과 양질의 일자리가 미국에 집중되며 주요 동맹들이 희생하게 되는 ‘제로섬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스웨덴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스볼트는 애초 독일에 공장을 짓겠다고 했지만, 최근 독일 보조금의 4배인 8억달러를 제공할 수 있는 미국으로 가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불만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은 미국에 “중국식 산업정책”을 접으라고 요구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미국의 정책이 “많은 유럽 일자리를 죽일 것”이고 “서구를 분열시킨다”며 반발했다. 한국은 정면 대응은 삼간 채 현대차가 조지아주에 건설하는 전기차 공장 가동 전까지 세액공제 조항 적용을 3년 유예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미국은 “우려를 안다”거나 “해법을 찾자”면서도 구체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최근엔 미국의 정책이 동맹국 기업들을 위해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유럽연합은 미국의 ‘바이(buy) 아메리칸’ 정책에 ‘바이 유러피안’ 정책으로 맞설 기세다. 무역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나 보복관세 부과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차별 문제를 논의하려고 방미한 정부·국회 대표단의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워싱턴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미국이 취하는 입장은 사실상 보호주의, 자국중심주의이고 때때로 일방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며 “냉혹한 현실 파악”이 필요하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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