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 백악관에서 아프리카 정상들을 위해 베푼 만찬에서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인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연합(AU)의 49개 정상 및 고위급 대표들이 참여한 미-아프리카 정상회의를 맞아 “미국은 아프리카의 미래에 올인하겠다”며 적극 구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워싱턴에서 8년 만에 개최된 미-아프리카 정상회의의 한 행사로 열린 ‘미-아프리카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 “아프리카가 성공할 때 미국이 성공하고 전 세계가 성공한다”며 이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전쟁, 기후변화, 경제적 도전들을 언급하면서 “이런 위기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필수적 역할의 중요성을 높여준다”며 “이런 과제들은 아프리카의 리더십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내가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통령으로 있을 때 첫 미-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렸다”며 자신과 아프리카와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아가 무역 확대를 위해 미국과 ‘아프리카 자유무역지대’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며 이를 통해 “무역과 투자의 기회를 열고 아프리카와 미국의 관계를 어느 때보다 가깝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아프리카를 구호와 원조의 대상을 보던 관성에서 벗어나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 삼겠다는 구상으로 들린다. <엔비시>(NBC) 방송은 이날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15일 정상회의선 취임 후 처음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한다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의를 맞아 3년간 보건 분야 200억달러를 비롯해 550억달러(71조5440억원)를 아프리카에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또 아프리카 국가들의 연합 기구인 아프리카연합이 주요 20개국(G20) 회의체에 가입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의를 맞아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 등도 안보, 경제 협력, 기후변화 대응 등 여러 주제들에 관해 아프리카 쪽과 협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극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 지역에서 중국에 뒤쳐진 상황을 만회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다른 지역들과 달리 아프리카는 인구 증가 속도가 빨라 갈수록 중요한 시장이 되고 있다. 또 각종 광물 등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정상회의를 맞아 주초부터 열린 각종 행사에 미국의 아프리카계 고위직들이 출동해 ‘형제애’를 과시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미국은 ‘일대일로’ 등을 앞세운 중국의 투자가 아프리카를 ‘빚의 함정’에 빠트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미국은 정치적 채무를 만들거나 의존성을 조성하지 않고 공동의 성공을 촉진하겠다”고 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하는 중국은 지난 8월 아프리카 국가들의 채무를 일부 탕감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중국에 상당히 뒤쳐져 역전이 쉽지만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정상회의의 여러 행사에서 미국 관리들과 전문가들이 중국을 언급했지만, 아프리카 외교관들은 미국과는 상업적 긴밀도가 떨어진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과 아프리카의 무역액은 2610억달러였지만, 미-아프리카 무역액은 그 4분의 1인 640억달러에 그쳤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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