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메릴랜드주 랜햄에서 열린 전기노조 행사에서 참석자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랜햄/EPA 연합뉴스
미국이 부채 한도를 올리지 못할 경우 이르면 7월에 국가 부도에 이를 것이라고 미국 의회예산처가 전망했다. 의회예산처는 현재의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연방정부 부채가 10년 만에 19조달러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 문제가 해결이 어려운 장기적 쟁점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의회예산처는 15일 낸 보고서에서 현재 약 31조4천억달러인 부채 한도가 올라가지 않으면 미국 연방정부는 올해 7~9월에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비상 대책이 소진되기 전에 부채 한도가 상향되지 않으면 정부는 빚을 갚을 수 없다”며 “그렇게 되면 정부는 일부 활동에 대한 지출을 유예하거나 채무 불이행에 빠지게 될 것이고, 두 가지 모두를 겪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정부는 이미 지난달 19일 2021년 말에 의회가 설정한 부채 한도에 도달해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다. 이에 재무부는 연기금 재투자를 중단하는 비상 조처를 통해 기존 채무의 이자를 갚으며 부도를 막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런 임시방편은 6월 초께까지만 유효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의회예산처는 채무 불이행에 빠질 것으로 보이는 시기를 더 구체적으로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소득세 등 세금이 얼마나 걷힐지 알 수 없고 예산별 지출 시기도 유동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만큼 미국 정부의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고 위태로워졌다는 뜻이다.
의회예산처는 지금의 부채 증가 추이, 여러 법률에 의해 늘게 되는 지출 등을 종합하면 앞으로 10년간 부채가 19조달러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현재의 부채와 합치면 미국 정부가 50조달러(약 6경4천조원)가 넘는 빚더미에 앉는다는 뜻이다. 10년간 부채 증가액 예측치는 기존보다 3조달러 증가했다. 금리 인상, 제대 군인 의료비, 퇴직연금 등의 증가가 부채 증가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됐다.
백악관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부채 한도 인상을 놓고 이견만을 노출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복지 제도를 축소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한 일부 법률 조항들을 폐지해 지출을 줄이겠다고 약속해야 부채 한도 상향에 합의해주겠다는 입장이다. 복지 제도를 희생하는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재정 적자를 늘리는 것은 공화당이라며 역공을 가하고 나섰다. 그는 전기노조 행사 연설에서 “공화당 친구들이 지금까지 제안한 대로 하면 10년간 빚이 3조달러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세수 부족으로 이어지는 부자 감세 등 공화당의 노선을 따른다면 이 정도로 부채가 더 쌓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설명 자료까지 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달 1일 백악관에서 만나 부채 한도 상향 문제를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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