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 입구에서 직원들이 내원 환자를 등록하고 있다. 우한/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에너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는 중국 연구소에서 최초로 유출됐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기밀 보고서를 백악관과 일부 의원들에게 제출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기관들 중 이제까지 결과를 내놓지 않던 에너지부가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또 이는 새로운 정보를 반영했고, 에너지부가 첨단 생물학 연구소를 비롯한 미국 안팎의 기관들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에너지부의 결론은 바이러스의 기원을 추적해온 8개 기관의 견해들 중 하나일 뿐이다. 또 기관들의 결론이 극명히 갈리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는 데는 상당히 부족하다.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것이라는 에너지부의 결론은 연방수사국(FBI) 것과 같다. 보고서를 읽어본 인사들은 에너지부와 연방수사국이 바이러스가 연구소에서 의도하지 않게 유출됐을 것이라고 본 점은 같지만 그런 결론의 근거는 다르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설명은 크게 ‘연구소 유출설’과 ‘자연 전파설’로 나뉜다. ‘연구소 유출설’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뒤 우한에 대규모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소 등이 설치됐으며, 이 연구소 근무자 3명이 감염 사태 발생 초기인 2019년 11월에 병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아팠다는 정보 등에 주목한다. ‘자연 전파설’은 중국에서 발생한 다른 신종 감염병들처럼 동물 거래 과정에서 인간에게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사태 초기에는 우한 수산시장이 의심의 눈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동물에게서 이 바이러스가 전파됐는지 가려지지 않았다.
미국 에너지부의 결론이 결정적 무게를 갖기 어려운 것은 이 바이러스의 기원을 밝혀내라는 임무를 받은 8개 기관들 사이에서도 판단이 이처럼 두 개로 갈리기 때문이다. 다른 4개 정보기관은 ‘자연 전파설’에 무게를 뒀다. 중앙정보국(CIA) 등 2개 기관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번 보고서를 읽어본 인사들은 에너지부가 ‘낮은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제까지 결론을 제출한 기관들은 감염 사태가 중국의 생물학무기 개발과는 무관하다고 본 점에서는 견해가 같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려고” 바이러스의 기원 추적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보기관들 사이에 다양한 견해가 있다”며 “다수는 충분한 정보가 없다고 말한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은 미국에서만 100만명이 넘게 숨지는 등 피해가 막대한데다 미-중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발생한 일이라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문제다. 중국 쪽은 특히 ‘연구소 유출설’에 대해서는 미국의 음모론이라며 반발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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