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대통령 다니엘 오르테가와 부통령이자 부인인 로사리오 무리요가 2021년 11월 7일 대선 투표를 하고 있다. 니카라과 대통령궁 제공. 마나과/ AFP 연합뉴스
니카라과 정부가 과거 나치 정권이 했던 것과 똑같은 살인과 고문을 포함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유엔 기구가 고발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니카라과 인권전문가 그룹은 2일(현지시각) 보고서를 내어 이렇게 밝히며 “국제사회가 이들 정부 기구와 책임 있는 개인에 대해 제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전문가 얀 미카엘 시몬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니카라과에서 법체계를 무기화해 정적을 탄압한 것은 정확하게 나치 독일이 했던 범죄”라며 “니카라과 정부는 나치처럼 대량으로 국적을 박탈하고 나라 밖으로 추방했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니카라과의 대통령 다니엘 오르테가(77)와 부인이자 부통령인 로사리오 무리요(72)는 2018년 사회복지 축소와 민주화 퇴행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경찰과 친정부 무장조직을 모두 동원해 폭력진압에 나섰다. 경찰과 친정부 무장조직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발포하고 붙잡힌 시위 참여자를 사법절차 없이 즉결처분했다. 당시 경찰과 친정부 무장조직의 무자비한 폭력진압으로 300명 넘게 숨졌으며, 이후 반정부 시위자 15만여명이 국외로 추방됐다.
니카라과 정부는 이런 지적에 시위 참여자를 의도적으로 살해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또 당시 시위가 폭력적인 쿠데타 음모였다며 유엔 인권전문가 그룹의 입국을 거부했다.
유엔의 보고서는 나아가 니카라과 정부가 조직적으로 의회·경찰·사법부 등 다양한 국가기구를 이용해 야당 인사와 정적을 자의적으로 구금하고 고문했으며 형사처벌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5년간 니카라과에서 100건 이상의 초법적 사형 집행 사례와 몇백 건의 고문 및 임의체포, 몇천 건의 정치적 박해를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시몬은 “니카라과 정부는 말 그대로 통제와 억압을 위해 모든 국가기구를 무기화했다. 그들은 사법체계를 무기화했고 입법 기능을 무기화했고, 행정부를 무기화했다”고 말했다.
니카라과의 오르테가 대통령은 1970년대 소모사 독재정권에 대항해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을 이끈 좌파 혁명가 출신이다. 1979년 소모사 정권을 무너뜨리고 1985년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1990년 이후 재선에 거푸 실패하다 2007년 재선한 뒤 지금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장기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오르테가 정권의 혹독한 인권탄압과 독재는 주변 중남미 국가의 좌파 정치인들로부터도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지난달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과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니카라과 정부가 최근 정치범들을 대거 국외 추방한 것에 대해 강력히 성토했다. 콜롬비아는 나아가 국제법 위반 혐의로 오르테가 등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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