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직 주한 미국대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미 동맹 70돌 기념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한미경제연구소 제공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 일각에서 제기하는 독자적 핵무장론에 대해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9일 워싱턴에서 한미경제연구소(KEI)가 한-미 동맹 70돌을 맞아 전직 주한 미국대사들을 초청해 연 세미나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서는 “확장억제가 초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북한은 외관상으로 이제 중무장한 핵보유국”라며 “수년간 지속적 위협이 될 것을 어떻게 관리할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한국이 핵무장을 추구한다면 “북한의 핵무기와 그 전달 체계의 추가적 발전을 촉진할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일본과 같은 우방국들을 포함해 핵 확산에 대한 연쇄 반응이 시작”될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가 열고 싶지 않은 판도라의 상자”라고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차장을 지낸 그는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면서 나토식 핵기획그룹 같은 아이디어도 북한이 군비 통제에 더 진지해지도록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조태용 주미 한국대사는 “자체 핵무장이나 미국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이 아니다”라며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에 대처하기 위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핵 억지력을 유지,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3국이 앞으로 협력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계인 해리 해리스 전 대사는 “(한·일) 두 정상의 정치력 덕분에 양국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는 전체주의 국가로부터 전례 없는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미 안보 공동체를 재정의하고 강화하고 있다”며, 한-미 동맹 관계의 한반도 밖 역할을 강조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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