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AFP 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석 달 전 취임 후 전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시절 브라질 사회에 많이 풀린 총기를 다시 통제하기 위한 조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총기 관련 업체와 소유자들의 반발로 진통이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브라질에 민간인이 등록해 보유하고 있는 총기는 약 300만 자루 정도 되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60만 자루가 보우소나루 대통령 집권 시절인 2019~2022년 4년 사이에 허용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재임 중 브라질에 “미국 스타일의 총기규제 방식”을 도입하겠다며 총기규제를 푸는 각종 법안과 규칙을 40개 넘게 통과시켰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한 뒤 “이제 당신의 무기를 내려놓을 때다. 그 무기는 당신이 결코 사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총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고 당신은 생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력한 총기규제 부활을 예고했다. 룰라 정부는 곧바로 전임 대통령 시절 마구 늘어난 민간인 보유 총기의 숫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
우선 2019년 5월 이후 느슨한 총기규제 시기 총을 산 이들에게 이달 31일까지 가까운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도록 했다. 또 다음달부터는 한 사람당 세 자루가 넘는 총은 정부에 팔도록 강제하는 행정명령도 시행할 계획이다. 플라비오 디오 법무장관은 “신고하지 않은 총을 모두 불법 무기로 간주하며, 그들은 범법자가 된다”고 말했다. 불법 무기 소지죄는 2년~4년형과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사격장에 허용됐던 24시간 영업도 금지했다.
대국민 설득 캠페인에도 나섰다. 룰라 대통령의 노동자당은 일찌감치 지난해 대선운동 기간 중 미국의 끔찍한 학교 총기사건을 담은 비디오를 만들어 배포했다. 비디오 영상에는 “총기규제가 느슨해 일어난 일”이라며 “브라질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길 바라나?”라는 글귀도 넣었다.
그러나 총기소유 찬성론자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상파울루에서 사격 클럽을 운영하는 리잔드라 파스코알은 “브라질 사람들은 총으로 자신을 지킬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40대 사업가 파비오 페레이라는 룰라 정부가 총기소유자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총기규제가 “마치 모든 악을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하고 총기 보유가 브라질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인 것처럼 다루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총기 자진신고에는 지난주까지 소유자의 60% 정도만 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브라질의 총기 규제는 지난 40년 동안 진퇴를 겪었다. 총기는 1980년대 군부독재가 무너진 뒤 21살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총을 살 수 있게 규제가 풀리고 민간인에 널리 보급됐다. 그러다 2003년 룰라 대통령이 집권한 뒤 강력한 총기규제 정책이 펼쳐졌고, 이런 기조는 2016년 노동자당이 권력을 잃을 때까지 지속했다. 이후 미셰우 테메르-보우소나루 정권이 이어지며 다시 총기규제가 느슨해졌다.
브라질은 2017년 세계 최고의 살인사건 발생국이었지만, 지난해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총기보유 찬성론자들은 이를 두고 “무장한 선량한 시민이 범죄를 억제한다”는 증거라고 주장하지만, 총기보유 반대론자들은 살인사건은 “2018년부터 갱단 사이의 휴전 등으로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법과공공안전연구소’의 파브리시오 레벨로는 “브라질이 총기규제 강화와 완화를 오가며 총기규제 실험실이 되고 있다”며 “그러나 범죄와 총기보유에 대해 여러 공식 자료가 나와 있지만, 아직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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