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트럼프내셔널골프장 부근에서 지나는 차량들을 향해 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웨스트팜비치/AP 연합뉴스
4일 법원에 출석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혐의 내용에 포르노 배우에게 준 성관계 입막음용 돈뿐 아니라 <플레이 보이> 모델 출신과의 성관계와 관련된 돈 지급도 포함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사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변호인인 래니 데비이스는 2일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코언이 <플레이 보이> 모델 출신인 캐런 맥두걸에게 간 돈에 대해서도 검찰에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맥두걸에 대한 입막음 시도는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 대한 것과 닮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대니얼스에게 2006년 성관계에 대한 함구 조건으로 코언을 통해 13만달러(약 1억7천만원)를 줬다. 맥두걸도 2006~2007년 트럼프 전 대통령과 4차례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대선 직전 이런 얘기를 팔려는 과정에서 <내셔널 인콰이어러>에서 15만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이 매체 소유주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깝고, 돈 지급을 코언이 주선했다는 점에서 역시 입막음용 돈이었던 셈이다. 두 건의 돈 전달에 간여해 선거자금법 위반죄 등이 인정돼 징역 3년을 복역한 코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협조해왔다.
데이비스는 <액시오스> 인터뷰에서도 검찰과의 논의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맥두걸에 대한 내용도 공소사실의 일부로 들어가거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위의 불법성을 설명하는 자료로 거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맨해튼 지방검찰청이 맥두걸에 대한 돈 지급도 공소사실에 포함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어에 더 힘이 들고, 유죄가 인정된다면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원에서 공소사실을 통지 받고 유죄 인정 여부를 밝히는 기소인부절차를 밟는 것에 맞춰 공소사실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원 출석 시간이 다가오면서 뉴욕 치안 당국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뉴욕 경찰은 소속 인원 전원에게 제복을 입고 출동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뉴욕 청년 공화당원 클럽’이 집회를 예정하고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이 여기에 가담하기로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은 그가 3일에 뉴욕에 도착해 트럼프타워에 있는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4일 오후 2시15분에 법원의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거주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로 돌아가 저녁 8시15분에 연설에 나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 유출을 수사하는 연방수사국(FBI)이 사법방해 혐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는 새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밀 유출과 관련해 연방수사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의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조사하던 중 이런 증거가 나왔다고 전했다. 기밀 유출의 범위나 고의성을 놓고 수사를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법방해 혐의로도 기소될 가능성이 떠오른 것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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