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의회가 9일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둘러싸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는 이날 출석의원 116명 중 88명의 찬성으로 라소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들어가도록 요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키토/AFP 연합뉴스
남미의 에콰도르에서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다.
에콰도르 의회는 9일(현지시각)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들어가도록 요구하는 안건을 출석의원 116명 가운데 88표를 얻어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의회는 정식으로 라소 대통령의 횡령 혐의를 둘러싼 변론을 진행한 뒤 이달 말 최종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 의회에서 재적의원 137명 가운데 3분의 2인 92표 이상을 얻으면 대통령은 탄핵된다.
라소 대통령은 제삼자의 이익을 위해 국영 운송회사 ‘플로펙’의 계약 내용을 바꿔 국가에 재정적 손실을 입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라소 대통령은 “잘못한 일이 전혀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라소 대통령은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언제라도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총선과 대선을 실시할 수 있다. 라소 대통령은 지난달 외신기자 회견에서 “실제 탄핵이 임박하면 의회 해산 카드를 쓰는 것을 망설이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라소 대통령이 이렇게 탄핵 위기에 몰린 건 그의 독단적이고 대결적인 국정운영 방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라틴아메리카 사회과학연구소(LASSI)의 훌리오 에체베리아는 “이런 사태에 이른 것은 라소 대통령의 대결적 태도 때문”이라며 “이제 와서 대통령이 자신을 탄핵에서 구해줄 동맹을 절실하게 찾고 있다”고 말했다.
라소 대통령은 남미에서 몇 안남은 우파 대통령 중 하나여서, 그의 퇴진은 남미 우파 진영에 또 다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실제 라소 대통령이 탄핵될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을 배출한 한 야당은 소속 의원 47명 전원이 탄핵에 찬성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다른 야당들은 탄핵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에콰도르에서 대통령 탄핵은 1997년 압달라 부카람 대통령이 온갖 기행과 실정 끝에 탄핵당한 이후 처음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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