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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코로나 봉쇄’ 해제로 입국자 쇄도…미국-멕시코 국경, 비상 사태

등록 2023-05-12 12:22수정 2023-05-12 14:02

미국 국경 경비 인력들이 11일 텍사스주 브라운즈빌 쪽으로 리오그란데강을 건넌 중남미인들을 철조망을 친 채 막아서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 국경 경비 인력들이 11일 텍사스주 브라운즈빌 쪽으로 리오그란데강을 건넌 중남미인들을 철조망을 친 채 막아서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망명 신청자들을 즉각 추방할 수 있게 한 ‘42호 정책’이 11일 자정(현지시각)에 폐지되면서 미국-멕시코 국경 지대에 기록적 수준의 입국 희망자들이 몰려 들었다. 이로 인해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42호 정책’ 폐지를 앞두고 멕시코 국경 지대에 몰려든 중남미 출신 입국 희망자들이 수만명으로 불어났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국 국경 관리 당국은 이주 들어 멕시코와의 사이에 긴 경계선을 지닌 텍사스주를 중심으로 불법 월경자 숫자가 하루 1만명을 돌파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국경순찰대는 중남미 출신자들의 입국 시도가 절정에 이르렀던 2019년의 두 배에 이르는 사람들이 월경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주 브라운즈빌에서는 미-멕시코 천연 경계인 리오그란데강을 건너는 행렬이 이어지는 중이다.

국경 검문소를 통해 입국을 시도하는 이들도 폭증했다. 그로 인해 입국 경위를 조사하고 임시로 수용하는 능력도 포화 상태에 달했다. 관세·국경보호국이 난민 신청자들을 임시로 구금하는 시설들은 정상적 수용 능력의 3배에 이르는 2만5천여명을 수용하고 있다. 수용 능력을 25% 이상 초과하는 등 입국자들을 정상적으로 처리하기 힘든 곳에서는 법원의 난민 심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더라도 이들을 풀어주라는 지침까지 나왔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며칠, 몇주 동안 직면할 도전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42호 정책’ 폐지는 국경이 열렸다는 것을 뜻하지 않고, 사실은 그 반대”라며, 불법 월경자들의 미국 입국을 5년 동안 금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당신들 목숨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지 말라”며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이지만 동시에 법치 국가”라고 했다. 그러나 마요르카스 장관은 불법 월경 차단 대책이 효과를 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에 맞춰 ‘42호 정책’이 폐지되는 것에 대비해 이달 초 미군 1500명을 국경 지대에 증파한다고 발표했다. 또 불법 월경자는 계속 멕시코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국경순찰대와 미군은 무단 월경 통로로 이용되는 지점들에 철조망을 추가 설치하며 대비해왔다. 텍사스주도 주방위군을 추가 투입했다. 멕시코 정부도 미국으로 가는 인파를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해 중미 국가들과의 경계인 남부 국경 경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국 희망자들이 ‘42호 정책’ 폐지를 국경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리오그란데강을 건너는 이들이 급증하고, 국경 양쪽에서 음식 등 적절한 생존 수단을 구하지 못한 이들도 늘어 인도주의적 위기도 우려된다. 멕시코에서 기차 화물칸 등을 이용해 국경 지대에 다다른 이들은 튜브를 이용해 위험한 도강을 시도하고 있다.

그로 인한 혐오 범죄도 우려 된다. 지난 7일 중남미인들이 들어오는 주요 통로인 텍사스주 브라운즈빌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자가 “너희가 내 땅을 침범했어”라고 소리지르며 차를 몰아 사람들을 깔아 뭉갰다. 그로 인해 베네수엘라 출신자들을 중심으로 8명이 숨졌다.

한편 하원을 주도하는 공화당은 이날 미-멕시코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국경을 넘기 전에 망명 신청을 해야 심사를 받게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추진한 국경 장벽 건설을 재개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법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경 문제는 계속 첨예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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