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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바이든 “백인우월주의는 미국에 가장 위험한 테러 위협”

등록 2023-05-14 10:41수정 2023-05-15 02:3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하워드대 졸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하워드대 졸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는 “가장 위험한 테러 위협”이라고 말했다. 인종 혐오 범죄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백인우월주의와 인종 차별을 주요 의제로 띄워 흑인들의 표심을 얻으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흑인 명문대인 워싱턴의 하워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백인우월주의는 우리 국토에 대한 가장 위험한 테러 위협”이라며 “난 흑인 대학이라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어디를 가든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두려움을 모르는 진보는 때로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사악한 세력의 반발을 부른다”며 “그것은 혐오라는 것은 없어지지 않고 돌 아래에 숨었다가 산소가 주어지면 다시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침묵은 공범이며,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신들을 보지 않고 미래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나 극단적이거나 비도덕적이든 권력에 매달리려고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내년 대선의 유력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8살 총격범이 슈퍼마켓에서 흑인 10명을 총으로 살해한 뉴욕주 버펄로를 찾아 사건을 “국내 테러”로 규정하고 “백인우월주의는 독”이라고 말하는 등 백인우월주의와 인종 혐오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번 연설에서는 백인우월주의를 가장 위험한 테러 위협이라고까지 규정하며 한층 더 단호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하워드대 졸업 연설은 미국 대통령이 인종 문제를 조명하거나 흑인 지도층의 역할을 강조하는 무대로 사용돼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당신들은 우리 중 최고를 대표한다”는 말을 통해서도 흑인들의 여론에 호소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들 중 7명이 하워드대 졸업식에서 연설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임기 마지막 해인 2016년에 연설했다.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이 하워드대 출신이다.

일부 졸업생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흑인 아이가 어제도 린치를 당했다”, “흑인들이 공격당하고 있다. 일어서자. 맞서자”고 쓴 종이를 들어 보였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3월에 내놓은 통계에서, 2021년에 발생한 혐오 범죄는 9065건으로 전년보다 11.6% 증가했다고 밝혔다. 혐오 범죄 중 64.5%가 인종을 이유로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달 6일 텍사스주 댈러스 근교 아웃렛에서 한인 가족 3명을 비롯해 8명의 목숨을 빼앗은 총기 난사 배경에도 백인우월주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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