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비숍 의원을 비롯해 미국 하원의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이 30일 연방정부 부채 한도 합의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막기 위한 부채 한도 적용 유예 법안이 30일 하원 운영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합의안은 첫 관문을 넘었지만 공화당 내 강경파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막판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하원 운영위는 부채 한도 적용 유예 법안을 가결해 31일 본회의에 상정했다. 공화당 9명, 민주당 4명으로 이뤄진 운영위에서 공화당 강경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소수당인 민주당 의원들도 관례대로 반대했다. 이에 따라 법안은 찬성 7 대 반대 6으로 간신히 운영위를 통과했다.
이날 프리덤 코커스 소속 공화당 하원의원 10여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을 포함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공화당 의원이 30여명이다. 이 가운데 하나인 칩 로이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공화당 소속은 한 명도 찬성하면 안 된다”며 “내일 법안을 저지하지 못하면 심판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프리덤 코커스 소속인 댄 비숍 하원의원은 같은 당 소속인 매카시 하원의장을 축출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는 “누구도 일을 이보다 나쁘게 할 수는 없다”며 “난 (매카시 의장의) 용기 부족과 비겁함에 질렸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지난 9일 첫 협상 이래 밀고 당기기를 한 끝에 31조4천억달러(약 4경1542조원)인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2025년 1월까지 적용하지 않기로 28일 합의했다. 2024·2025년 지출을 사실상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는 조건이 붙었다. 합의안이 디폴트 예상일인 6월5일 전에 상·하원을 통과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여기에 서명해야 사상 최초의 디폴트 사태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지출 대폭 삭감을 주장하는 공화당 강경파는 합의 내용이 부실하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앞선 1월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이 자신들의 의제를 수용하라며 거듭 반대표를 던지는 바람에 15번이나 표결한 끝에 간신히 하원 수장이 됐다. 이제 ‘작은 정부’를 강조하는 강경파 의원들이 그를 축출하자는 주장까지 내놓으며 흔들고 나선 것이다.
공화당 하원의원 40여명이 참여한 프리덤 코커스는 매카시 의장 선출 과정에서 존재감이 더 커졌다. 당시 매카시 의장은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올리려면 상당한 정도로 지출을 삭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전에는 공화당 의원 과반의 동의가 필요했던 하원의장 해임안 제출을 단 1명의 의원이라도 가능하도록 양보했다.
민주당에서도 빈곤층을 위한 식품 구입비 지원(푸드스탬프) 조건을 까다롭게 만든 것 등에 대해 일부 불만이 나온다. 합의안에는 일을 해야 푸드스탬프를 지급하는 연령대를 현행 19~49살에서 앞으로 54살까지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매카시 의장은 이날도 “법안 통과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파국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면서도, 공화당 강경파의 목소리가 얼마나 먹히는지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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