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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이 러시아산 농축우라늄 수입을?…‘이중 플레이’ 논란

등록 2023-06-15 13:55수정 2023-06-15 14:15

대러 경제 제재 주도하면서 연간 10억달러어치 사들여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 동참을 강조하는 미국이 여전히 러시아로부터 농축 우라늄을 사들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원자력 발전 업체들은 계속해서 연간 10억달러(1조2854억원)어치의 발전용 농축 우라늄을 러시아에서 사고 있다고 했다. 농축 우라늄을 수출하는 곳은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으로 러시아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로사톰의 자회사다. 미국은 발전용 농축 우라늄의 3분의 1가량을 러시아에서 사들이고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 유럽에서 수입한다.

미국은 과거에 농축 우라늄시장을 지배했지만 지금은 이를 생산하는 자국 업체가 없다. 오하이오주에 들어설 대규모 원심분리기 시설은 10년은 지나야 러시아산 수입량을 따라잡을 수 있는 정도의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업체들이 러시아산에 의존하는 것은 값이 싸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1990년대 초 냉전 해체로 핵폭탄 제조용 고농축 우라늄의 필요성이 줄어들자 민간 농축 우라늄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미국과 러시아는 1993년 러시아가 보유한 막대한 양의 고농축 우라늄의 농도를 낮춰 민수용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저가의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을 수입하기 시작했고, 채산성이 떨어진 미국 업체들은 문을 닫았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를 단절하려고 힘쓰는 가운데 농축 우라늄은 미국에서 러시아로 돈이 흘러가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이 석유와 천연가스 등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대폭 줄인 것과 대조적이다. 농축 우라늄을 수출하는 로사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빼앗은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전을 운영하는 업체라는 점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 또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게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자제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중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값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린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원자력 의존도를 높이는 상황이라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입을 둘러싼 딜레마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라늄 농축 시설 보조금 지급을 주장하는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들의 인질이 되면 안 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돼왔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지키려면 원자력 발전을 지금의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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