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피컨스에서 유세하고 있다. 피컨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패배 직후 더그 두시 애리조나 주지사에게도 전화해 선거 결과를 뒤집으라는 압박을 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말 두시 주지사의 애리조나주 대선 결과 인증 직후 그에게 전화를 걸어 충분한 부정 투표 사례를 발견하면 이길 수 있다며 결과를 뒤집을 방안을 추진하라는 압박을 가했다고 1일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주에서 바이든 대통령한테 1만1천여표의 근소한 차이로 패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해 11월30일 동영상으로 중계된 애리조나주 투표 결과 인증 때 서명을 하던 두시 주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하지만 두시 주지사는 휴대폰을 꺼냈다가 발신자를 확인한 뒤 전화를 받지 않았고, 이후 통화를 했다고 이 문제를 아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시 주지사는 그해 12월2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는 사실만 밝힌 바 있다.
당시 상황을 아는 관계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한테도 두시 주지사에게 ‘부정 선거의 증거를 찾아내라는 전화를 할 것’을 반복적으로 종용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펜스 전 부통령이 두시 주지사에게 몇 차례 전화하기는 했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압력을 가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두시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을 걱정한 듯 그동안 자신이 압박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초 한 공화당 후원자와 식사 자리에서 이를 털어놨다고 한다. 그러면서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자신에게 이 통화에 대해 문의하지 않은 게 의아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6일 의회의 대선 결과 인증 직전 자신이 1만1779표 차이로 진 조지아주 투표 결과와 관련해 브래드 래펀스퍼거 주 국무장관에게 전화해 “내가 조지아에서 졌을 리 없다”며 뒤진 표만큼 찾아내라고 압박을 가했다. 그는 이 일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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