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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중국군 해킹 수년간 ‘깜깜’ 일본, 속터진 미국이 알려줬다…어찌 알고?

등록 2023-08-08 13:43수정 2023-08-08 19:39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일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78돌을 맞아 원폭 전몰자 위령식·평화기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히로시마/UPI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일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78돌을 맞아 원폭 전몰자 위령식·평화기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히로시마/UPI 연합뉴스

중국군 해커들이 일본의 핵심 군사 정보를 빼돌리는 심각한 보안 사고가 발생했었으며, 일본 군사 네트워크의 취약점은 미-일 군사 정보 교류에 차질을 빚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익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중국군 해커들이 일본의 가장 민감한 안보 분야 컴퓨터 시스템에 깊숙이 침투해 군사 계획 및 능력 그리고 취약점 등의 정보를 빼돌려온 사실을 2020년 가을에 미국 쪽이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폴 나카소네 미군 사이버사령관 겸 국가안보국(NSA) 국장과 매슈 포틴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이 도쿄를 방문해 일본 방위상에게 문제를 직접 설명했다고 한다. 일본 방위상은 이를 듣고 놀라 나카소네 국장 등과 일본 총리의 면담도 주선했다고 당시 상황을 아는 이들이 전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를 통해 문제가 해결된 줄 알았지만 2021년 초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로도 중국 해커들이 일본 네트워크에 접근하고 있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미국과 협의하면서 사이버 보안 예산을 10배, 사이버 보안 관련 인력을 4배 늘리는 등 보안 강화에 나섰다.

그런데 2021년 가을에도 일본의 안보 관련 사이버 네트워크의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이에 그해 11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사이버 담당 부보좌관 앤 뉴버거 등이 일본을 방문해 미국이 파악한 사실을 알려줬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군의 해킹 사실을 일본보다 더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일본 네트워크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라 미국 쪽은 이런 설명을 거북하게 여겼다고 한다. 일본 쪽도 미국 전문가들과 함께 자국 네트워크를 점검하는 것은 꺼려왔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이후 사이버사령부 창설과 사이버 보안 대규모 투자 등의 정책을 마련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일본은 보안 강화 조처를 시행하고 있지만 중국의 해킹을 충분히 차단하는 데는 부족하기 때문에 미-일 군사 정보 공유 강화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게 미국 관리들 말이라고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일본 쪽 네트워크의 보안이 강화되지 않으면 첨단 작전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 공유에 속도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고 한다.

이 신문은 일본의 사이버 보안 취약점을 지적하면서 냉전시대에는 소련 공작원들이 돈, 향응, 도박 등을 매개로 일본 언론인, 정치인, 정보 관리 등과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잦았다고 했다. 지난해 일본 정보기관 역사에 대한 책을 낸 리처드 새뮤얼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그들은 스스로 일본을 ‘스파이 천국’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미국 언론들은 중국 해커들이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미국 행정부와 의회 고위급들의 이메일을 해킹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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