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서 여성 한명이 100달러짜리 지폐 모양이 그려진 벽화 앞을 지나가고 있다.AF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가 기준금리를 세자릿수인 118%로 끌어올렸다. 중앙은행을 폐쇄하자는 극단적 주장을 하는 인물이 대선 전초전인 예비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아르헨티나는 최근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14일 기준금리를 97%에서 21%포인트 올린 118%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경제 대위기 시기인 1980~90년대에도 기준금리가 세자릿수였으나, 2000년대 이후에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 영문 신문 ‘부에노스아이레스 타임스’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날 페소 가치를 18%절하했다고 전했다. 이로서 공식 환율이 달러 당 287페소에서 350페소로 뛰어올랐다. 비공식 환율로는 두 배인 달러 당 약 700페소에 거래되고 있다. 이 신문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패닉 버튼’을 눌렀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강경한 조처를 취한 것은 심각한 경제 위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 1991년 이후 22년 만에 세자릿수(102.5%) 기록한 뒤 6월에는 115.6%으로 올랐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아르헨티나 인구 10명 중 4명은 빈곤층으로 전략한 것으로 추정된다. 잇따른 경제 정책 실패에 최근 이상 기후로 주요 수출품인 농산물 작황 부진까지 겹쳐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을 받는 인물이 14일 예비 선거에서 30% 넘는 득표로 1위를 기록한 ‘자유 전진당’의 하비에르 밀레이(52) 후보다. 예비 선거는 각 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절차지만, 전체 유권자가 참여해 한 표씩 투표하기 때문에 오는 10월22일 실시되는 1차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있다.
밀레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추종하는 극우 성향 인물이다. 원래 그는 펀드 회사와 금융 자문 회사 등의 수석 경제학자 출신으로 미국 달러를 통화로 쓰고 사회기반시설을 사기업이 건설하게 하자고 주장한다. 국가의 재정 지출 대폭 삭감, 감세 및 세금 철폐, 교도소 운영 사기업 참여 등도 공약이다.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 정부 개입 강화를 내거는 ‘페론주의자’로 분류되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 등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아웃사이더인 밀레이 후보의 지지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밀레이 후보의 극단적 우파 경제 자유주의 정책이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밀레이 후보가 예비 선거에서 1위를 기록한 다음날인 14일 아르헨티나 주요 채권 가격이 10% 이상 하락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기준금리 대폭 인상과 페소 가치 절하는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측면도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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