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왼쪽)이 2016년 8월 9일(현지시각) 대선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를 소개한 뒤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위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다 소송에 휘말린 루디 줄리아니(79) 전 뉴욕 시장의 재정적 도움 요청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9일 줄리아니 전 시장이 소송에 필요한 비용 마련을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애초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말을 건넬 수 있는 주변 인사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러자 지난 4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를 직접 방문해 두 시간 정도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지원을 요청했지만, 딱 부러지는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따로 개인적 친분이 있는 아들 앤드루가 뉴저지에 있는 클럽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났다. 앤드루가 ‘아버지를 위한 모금 행사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하자, 이에 대해선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해줬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지난 2020년 11월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경합 주에서 50건이 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권력 유지를 위해 앞장서온 측근이다. 그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검찰에 기소되는 등 각종 송사에 휘말린 상태다.
이로 인해 소송 비용이 300만달러(40억원)까지 불어나는 등 재정적으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은 기부받은 정치자금에서 자신과 측근들의 소송 비용으로 2100만달러(281억원)을 썼지만, 줄리아니를 위해선 34만달러(4억5천만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지만, 2021년 자격이 정지됐다.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나선 행위가 뉴욕주 변호사 윤리강령 위반이라는 징계위원회의 판단 때문이다. 그는 현재 연 40만달러(5억3천만원)를 받고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으며 일부 팟캐스트 방송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소득을 다 모아도 소송비용 충당에는 어림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대선 직후 경합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50건이 넘는 소송 업무를 처리했으니 변호사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소송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는 이유로 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