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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힘 빠지는 유엔총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상 중 미국만 참석

등록 2023-09-19 14:04수정 2023-09-20 02:31

중·러 정상은 2연속 불참…‘대주주’ 영·프 정상들도 안 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유엔 총회의 한 순서로 열린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유엔 총회의 한 순서로 열린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19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올해 유엔 총회의 핵심인 일반토의가 개막했지만 심각한 국제 현안들에도 불구하고 5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정상들 중 단 1명만 참석했다. 유엔의 역할과 위상 약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제78차 유엔 총회에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 중 유엔본부가 소재하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만 참가했다. 코로나19 감염 세계적 대확산 사태 이후 지난해 3년 만에 정상화된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에도 오지 않았다. 1년 전에는 참석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맹비난하는 연설을 한 영국과 프랑스 정상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주에 파리를 방문하는 영국 국왕 찰스 3세를 맞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리시 수낵 총리의 불참에 대해 영국은 특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리즈 트러스 당시 총리가 왔다.

각각 전략적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갈등하는 중·러 정상들이 연이어 불참한 것은 세계의 분열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지목된다. 게다가 유엔의 대주주 격인 안보리 상임이사국들 중 영·프 정상들까지 오지 않으면서 이번 총회의 중량감은 더 떨어지게 됐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정상들이 불참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1년에 단 한번인 이 포럼에 참여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유엔 총회의 주제로는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개발’ 등이 꼽힌다.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을 통칭하는 ‘글로벌 사우스’와 관련해 국제적 불평등 해소도 논의 대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주요 현안이다. 지난해에는 화상으로 연설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직접 참석한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러 정상이 부재한 유엔 총회를 두 나라를 견제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안보리 개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임이사국을 5~6개 늘리자는 것인데 인도·브라질·독일·일본·남아프리카공화국이 후보로 거론된다. 미국은 중·러가 대북 제재 등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안보리를 식물 상태로 만들었다고 비난한다. 실제 북한이 지난해부터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등을 발사하는데도 두 나라는 2017년 12월 이후 대북제재 결의에 단 한번도 찬성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옛 소련 공화국들로 중·러와 정치·지리적으로 가까운 중앙아시아 5개국과 미국을 뜻하는 ‘C5+1’ 정상회의를 처음으로 한다. 18일에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미주·유럽·아프리카 32개국이 참여해 경제 협력 강화 등을 추구하는 ‘대서양 협력 파트너십’이 미국 주도로 출범했다. 이는 개도국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제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한편, 유엔 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 중국 대표로 파견된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이 18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양국 관계와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블링컨 장관이 뉴욕에서 한 부주석을 만났다며 “양쪽은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19일 자료를 내어 한 부주석이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 관계가 양국과 세계 모두에 유익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애초 유엔 총회에 왕이 외교부장(장관)을 보내려고 했으나, 같은 시기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 왕 부장을 대신해 한 부주석이 참가했다.

워싱턴 베이징/이본영 최현준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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