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연루자 “영웅” 칭송한 캐나다 하원의장…“몰랐다” 사과

나치 친위대 장교 출신으로 밝혀진 야로슬라브 훙카(오른쪽)가 22일 캐나다 오타와 연방의회 방청석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을 기다리고 있다. The Canadian Press AP 연합뉴스

캐나다 하원 의장이 나치 친위대 장교였던 자기 지역구민을 “전쟁 영웅”이라고 칭송했다가 사과했다.

앤서니 로타 의장은 22일 오타와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 뒤 마이크를 잡고 방청석에 앉아있던 야로슬라브 훙카(98)를 가리키며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로 “우크라이나의 영웅이고 캐나다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이에 의원들이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냈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와 그 옆에 앉아 있던 젤렌스키 대통령도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2일 캐나다 오타와 연방의회에서 야로슬라브 훙카가 영웅으로 소개되자 일어나 환영하고 있다. 훙카는 나중에 나치 친위대 장교 출신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빚었다. The Canadian Press AP 연합뉴스

그러나 얼마 뒤 유대인 단체가 “훙카는 러시아와 싸웠던 나치 군대의 장교였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유대인 단체는 “훙카가 속했던 나치친위 사단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갖은 잔혹한 일을 벌였고, 나치 독일 정규군과 함께 싸웠다”며 훙카의 의회 행사 참석과 영웅 칭호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자 집권당인 자유당 소속인 로타 의장은 25일 공식 사과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새로운 일이 아니고 우크라이나인들이 불행하게도 오랫동안 외국의 침략을 받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또 훙카가 자기 지역구의 유권자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에 관심을 보여 그날 초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타 의장은 이어 “나중에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되고 이런 사람을 공인한 것을 후회했다”며 “내 말과 내 행동으로 많은 이들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신민주당은 로타 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신민주당 의원 피터 줄리안은 “신성한 신뢰가 무너졌다”며 “그래서 슬프지만 로타 의장이 의장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보수당은 조금 더 지켜본 뒤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