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동의안을 발의한 매트 게이츠 공화당 하원의원이 2일 의사당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업무정지(셧다운)를 피하는 임시 예산안 편성을 주도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에 반발하는 공화당 강경우파들이 그의 해임안을 제출하며 공화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공화당의 대표적인 소장 강경우파인 매트 게이츠 의원이 2일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안을 발의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매카시 의장은 앞선 지난달 30일 공화당의 강경우파 의원들의 뜻에 반해 민주당이 동의할 수 있는 임시예산안을 제출하며 미 연방정부의 업무정지 사태를 막았다.
미국에선 1980년대 이후 의회가 차기 회계연도 예산안을 제때 합의하지 못해, 연방정부 업무가 정지되는 사태를 자주 겪어왔다. 이 사태를 주도해온 것은 과격한 정부 지출 축소를 요구하는 공화당의 강경우파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2024년 회계연도(2023년 10월1일~2024년 9월30일)의 연방정부 예산안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의 삭감 등 과격한 요구를 쏟아내며 예산안 통과의 발목을 잡았다. 매카시 의장은 지난달 30일 11월17일까지 적용되는 임시예산안을 제안하고,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며 극적으로 연방정부 업무정지 사태를 피했다. 그러자 매카시 의장을 반대해온 게이츠 의원이 해임동의안 제출에 나선 것이다.
앞서 매카시 의장은 지난 1월 공화당 강경 우파 의원들의 반대로 15차례나 의장 선출 투표가 부결되는 상황 속에서 의원 1명이라도 하원의장 해임 동의안을 제출할 수 있게 했다. 당시 양보가 현지 그의 발목을 잡게 된 셈이다.
게이츠 의원은 의장 해임동의안을 제출한 뒤 기자들에게 “다음주가 되면 매카시가 하원의장직에서 내려오거나 민주당의 기호에 맞게 일하는 하원의장이 되는 두 가지 중의 하나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매카시 의장은 소셜미디어에 해임동의안을 “가져오라”고 대응했고, 게이츠는 곧 “방금 했다”고 응수했다.
해임안은 발의한 지 48시간 안에 처리돼야 하며,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의 과반수인 218표가 필요하다. 매카시 의장을 끝까지 반대하는 공화당 강경 우파 의원은 20명 남짓이다. 여기에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찬성하면 해임동의안은 통과될 수 있다.
민주당도 고민에 빠졌다. 마크 포컨 의원은 “우리가 소시오패스(공화당 내 강경우파 의원)나 무능력자(매카시 의장) 중 어느 쪽에 편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매카시가 친 트럼프인 점을 들어서, 이 기회에 새 하원의장을 뽑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결국 의장 해임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적으나, 매카시 의장이 지도력을 상실하고, 강경우파의 목소리가 강화될 우려가 커졌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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