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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1800년대 중반 노예무역 등 과거사 청산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브라질 연방검찰은 27일 노예무역으로 번 돈이 투자된 의혹을 받고 있는 ‘방쿠 두 브라지우’(브라질 은행)에 “15일 안에 노예제와 노예무역에서 은행이 한 역할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어떻게 보상 또는 배상을 할지 밝히라”고 통보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방쿠 두 브라지우는 2023년 현재 자산규모 3803억달러(약 515조원)인 은행이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1808년 포르투갈의 주앙 6세의 허가로 설립된 이 은행의 설립 자금은 당시 노예무역 등에 매겨진 세금과 노예무역으로 큰돈을 번 부자들의 출자금으로 충당됐다. 브라질은 1888년 노예제도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아프리카 출신 노예를 500만명 이상 들여올 정도로 노예무역이 활발한 곳이었다. 1831년엔 영국의 압력에 노예무역을 금지하는 국제적 캠페인에 서명했으나 이후에도 노예무역은 크게 줄지 않았다.

브라질은 1850년 좀 더 엄격한 노예무역 금지법이 나올 때까지 아프리카 출신 70만명을 추가로 노예로 들여왔다. 방쿠 두 브라지우는 비슷한 시기에 약 20년간 문을 닫았다가 1853년 다시 개점해 국제 노예무역의 수익금을 끌어들였다. 역사학자들은 유명한 노예상인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은행 경영에 참여했다고 밝히고 있다.

방쿠 두 브라지우도 노예제와 연관성을 부인하진 않는다. 그러나 은행 자신이 아닌 대주주나 직원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방쿠 두 브라지우 이 문제에 대한 언론 질의에 “우리 사회의 불행한 역사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며 “몇백년에 걸친 노예제는 당시 노예 상태에 있던 사람들과 그 후손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줬다. 그래서 기억되고 논의되어야 할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논의되고 기억되어야 하는 건 은행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브라질 사회 전체의 문제라면서 “방쿠 두 브라지우는 다양성과 사회 발전을 위해 많은 것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과거 노예무역을 둘러싼 브라질의 역사 바로잡기는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노예제의 과거에 대한 책이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올랐고, 국립역사박물관도 발간 도서를 통해 노예제의 야만성을 강조했다. 루이스 아니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역시 인종평등부를 설치해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적극 대처를 약속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시의회도 최근 노예무역에 종사했던 이들을 우호적으로 그린 모든 조각상과 구조물을 철거하는 조례를 의결했다.

방쿠 두 브라지우를 둘러싼 논란은 최근 역사학자 14명이 정부에 편지를 보내 방쿠 두 브라지우와 과거 노예무역 연관성을 알리며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요청한 게 계기가 됐다. 그 결과 연방검찰이 조사에 나서 이날 방쿠 두 브라지우에 배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검찰이 요구하는 배상은 금전적일 수 있고 피해자 후손들에게 제공되는 또다른 서비스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담당하는 검찰 관계자는 “불행하게도 브라질에선 이런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일이 잘 진행되면 다른 사건도 진행될 것이고 우리는 이런 문제에 더 많은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며 “이 문제를 전국적 의제로 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