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9일 아이오와주 워털루에서 유세하고 있다. 워털루/로이터 연합뉴스
콜로라도주 대법원에서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메인주 정부로부터 같은 결정을 받았다. 출마 자격 시비는 결국 연방대법원이 가릴 것으로 보이지만, ‘1·6 의사당 난동’이라는 반란에 가담했다는 논란에 시달리는 그의 대통령 자격 시비는 계속 달아오르고 있다.
셰나 벨로스 메인주 국무장관은 28일 ‘공직에 있을 때 반란에 가담한 자는 다시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수정헌법 제14조 제3항의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메인주의 공화당 경선 후보 명단에 올릴 수 없다고 결정했다.
민주당원으로 메인주 선거 주무 장관인 벨로스 장관은 “나는 (미국 역사상) 어떤 국무장관도 수정헌법 제14조 제3항을 근거로 대선 후보의 자격을 박탈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나는 동시에 전에는 어떤 대선 후보도 반란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안다”고 밝혔다. 또 “난 가볍게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민주주의는 신성하다”고 했다.
벨로스 장관의 결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패배한 대선 결과에 불복해 2021년 1월6일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동 사태를 사주하는 식으로 반란에 동참했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남북전쟁 직후 마련된 수정헌법 제14조 제3항은 연방정부에 대해 반란을 일으킨 남부연합 소속 공직자들이 다시 공직을 맡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 조항은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 반대파는 그의 입후보 자격을 박탈하려고 30여개 주에서 소송이나 청원을 제기했다. 이 중 상당수 주에서는 법원이 곧바로 심리에 착수했고, 일부 주에서는 일차적으로 국무장관이 검토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한 메인주 정부의 결정은 이달 19일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에 이어 두 번째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가 반란에 가담했다는 분명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다”며 그의 이름을 콜로라도주 공화당 경선 후보 명단에 올릴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반면 미시간주 대법원은 27일 같은 내용의 소송에 대해 공직 후보는 기본적으로 각 정당이 정해야 하고, 주 대법원이 이에 개입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기각 판결을 확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미네소타주와 뉴햄프셔주에서 진행된 같은 내용의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이처럼 각 주 정부나 법원이 엇갈리는 결정을 쏟아내는 가운데 최종 판단은 결국 연방대법원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메인주의 결정에 대해 5일 안에 불복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공화당 쪽은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전날 연방대법원에 상소를 제기했다. 메인주와 콜로라도주의 공화당 경선 모두 10여개 주가 후보를 선출하는 ‘슈퍼 화요일’인 내년 3월5일로 예정돼 있다. 연방대법원은 이른 시일 안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메인주 국무장관의 결정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맹렬한 좌파이자 극도로 당파적인 바이든 지지자”의 결정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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