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 아라우호 페르도모(53·사진)
콜롬비아 아라우호 외교장관 방한 “좌·우파 아닌 민주·인권 중요”
“단돈 1원도 주지 않았다.” 14일 만난 페르난도 아라우호 페르도모(53·사진) 콜롬비아 외교장관은, 세계적 화제가 된 ‘인질 14명의 극적인 구출 성공’이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고 벌인 ‘쇼’라는 의혹을 단호히 부인했다. 콜롬비아 정부군은 지난 2일 비정부기구(NGO) 직원으로 위장한 뒤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최고지도자에게 인질들을 데려간다고 속여, 잉그리드 베탕쿠르 전 대선후보 등 14명을 손끝 하나 다치고 않고 헬기로 구출하는 영화 같은 작전을 성공시켰다.
자원·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전날 한국에 온 그는 “정부군의 능력이 크게 발전했고, 지도부가 잇따라 숨지며 혁명군의 조직이 와해된 결과”라며 지금까지 4만5천명의 게릴라가 무기를 버렸고, 1만5천명이 농민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1964년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며 결성된 무장혁명군 약 1만명은 아직 인질 700명을 붙잡은 채, 밀림에서 마약거래 등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라우호 자신도 개발부 장관이던 2000년 12월 조깅을 하다가 게릴라에 붙잡혀, 6년 만인 2006년 12월 정부군과 게릴라가 교전을 벌이는 혼란을 틈타 탈출했다. 이후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라 탈출 2개월 만인 2007년 2월 외교장관에 전격 기용됐다.
“살아 나갈 수 있을지 끝 모를 걱정이 앞섰지만 무릎을 꿇기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싸우겠다는 각오로 계속 탈출을 시도했다”고 억류 당시를 떠올린 그는 “6년 만에 나와보니 전화기로 문자와 사진도 보낼 수 있고 무선 인터넷도 가능해지는 등 정보기술 분야에서 많은 격차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우파친미노선을 걷고 있는 콜롬비아와 중남미 좌파 정권과의 외교정책 방향도 설명했다. “좌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민주주의, 자유무역, 인권 등을 공유하는 나라와는 어느 곳과도 협력하는 게 원칙이다.” 그는 “콜롬비아는 한국전에 참여한 이래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급성장한 한국을 훌륭한 모범으로 삼아 배울 것이고, 한국이 많은 투자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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