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 던질만 했나” 비판
이시하라 도쿄 지사도 궁지
이시하라 도쿄 지사도 궁지
“리우데자네이루!” 지난 2일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이 한마디는 2016년 여름올림픽 개최지의 승패만 가른 것이 아니었다. 각국 지도자와 정치인들도 후폭풍에 휩싸였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룰라 외교정책의 승리’라는 평가를 들으며 단연 승자가 됐다. 그는 지난여름엔 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비아로 날아가 브라질 올림픽이 ‘아프리카와 남미의 승리’가 될 것이라며 아프리카 나라들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특히 그의 개인적 인기가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도시 실사에선 리우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룰라는 열정적인 연설과 함께 2016년 브라질이 세계 5대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는 수치를 들이대며 위원들을 설득했다. 개최지 발표 직후 울음을 터뜨렸던 그는 “내가 살면서 겪어온, 결코 이루기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자랑스런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
내년에 연임을 마치는 룰라는 올림픽 유치와 77%에 이르는 국내 지지율을 업고 2015년 다시 대선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범죄율로 악명 높은 리우의 치안과 지옥 같은 교통문제 등으로 그는 이제 올림픽 유치보다 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반면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 국제올림픽위 총회에 참석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보수파를 중심으로 한 비판에 휩싸였다. 예상을 뒤엎고 시카고는 18표만 얻어 가장 먼저 탈락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험 문제와 9월 실업률 등 현안을 회피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합류하지 않겠다”면서도 “대통령과 백악관은 어떻게든 오바마의 개인적 인기가 작용할 것이라는 무한한 믿음을 가졌었다”고 비꼬았다. <뉴욕 타임스>는 사설에서 “다음에 주사위를 던질 땐 가치가 있는 일인지 확인하라”고 충고했다. 이런 일부 여론과 관련해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이 나라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선 우파 정치인의 대표 격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가 궁지에 몰렸다. 7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제1당으로 부상한 민주당은 100억엔에 이르는 올림픽 유치 활동비의 명세를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국민의 올림픽 유치 지지율도 50%대로 국민적 성원을 얻지 못했다”며 그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시하라 지사는 2007년 3월 유치에 실패할 경우 “그 시점에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사퇴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지난 3일 “말해두겠는데 도지사를 그만두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일축했다.
김영희 기자, 도쿄/김도형 특파원 dora@hani.co.kr
지난 2일 덴마크 코펜하겐 벨라센터에서 2016년 시카고 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피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워싱턴에 돌아오는 에어포스원 안에서 시카고 탈락 소식을 접했다. 코펜하겐/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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