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족 분쟁으로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르완다 대학살 당시의 전범이 15년 만에 다른 나라에서 무기징역 형을 받았다.
캐나다 법원은 28일 캐나다에 살고 있는 데지레 무냐네자(42)에 대해 인종 학살, 반인도적 범죄 등 일곱 가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25년간 석방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2000년 자국에 거주하는 국제전범의 범죄인도 재판을 받도록 한 캐나다의 전쟁범죄 법률 개정 이후 첫 적용 사례다.
1994년 르완다 후투족의 한 부대 지휘관이었던 무냐네자는 한 마을 교회에서 300~400명의 투치족을 몰살한 작전을 지휘했다. 그는 90년대 캐나다로 망명 신청을 했으나 번번이 기각된 뒤 2005년 구체적인 혐의를 증언하는 이들이 나타나며 체포됐다. 2년 이상 계속된 재판에는 66명의 르완다인이 공개 또는 비공개로 증언에 나섰다. 재판관은 “피고는 뛰어난 환경에서 교육받은 자로서, 자기 종족의 통치라는 명목으로 살해와 강간 등을 선택했다”며 “대학살보다 더한 범죄는 없다”고 밝혔다. 대학살 당시 70명의 일가친척들을 잃은 한 남성은 “희생자들에게 아직 인도주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전쟁범죄나 반인도적 범죄에는 국경이 있을 수 없음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르완다의 타르시스 카루가라마 법무장관은 “오늘 재판 결과에 대해 너무 만족한다”며 “전범을 르완다 재판정에 세우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다른 정부들도 이런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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