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새 아프간 전략]
‘미국 악몽’ 베트남전 거론하며 “다를 것” 주장
‘미국 악몽’ 베트남전 거론하며 “다를 것” 주장
34분간에 걸친 연설 내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거의 미소를 띄지 않았다. 지난 3월에 했던 아프간 관련 연설에서 무게를 뒀던 민간지원이나 아프간 인권문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비장하고 엄숙하기까지 했던 이날 연설엔 무거운 현실인식과 증파를 택할 수밖에 없던 ‘고뇌’가 묻어났고, “8년간 지속된 아프간 전쟁의 신진대사를 완전히 바꾸는 데 초점”(<워싱턴포스트>)이 맞춰졌다.
여느 미국 대통령들이 증파를 발표하던 전쟁 연설과도 사뭇 달랐다. 정치전문 웹사이트 <폴리티코>는 “오바마는 이긴다(win)거나 승리(victory)라는 표현을 단 한번도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심지어 미국인들의 ‘악몽’이자 ‘상흔’ 인 베트남전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아프간이 또다른 베트남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런 주장은 역사의 오독에 근거한 것이다.”
그는 베트남전 때와 달리 전세계 43개국이 함께하고 있다는 점, 베트남인들의 저항 같은 움직임이 전혀 없는 점, 무엇보다 미국이 직접 공격받은 점을 꼽았다. <로이터>통신의 타바섬 자카리아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날 오바마는 베트남이란 단어를 4번이나 사용했다”며 “미국인에게 전쟁과 관련한 연설에서 베트남을 떠올리는 건 피해왔던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연설은 명백하게 논쟁적이었고, 아프간이 베트남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그의 결심을 반영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공화당원들이 중심이 된 대규모 증파에 철군테이블은 밝히지 말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나의 관심은 미국의 건설에 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넘어서라는 제안을 거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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