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조선일보 1면.
박 후보에 유리하게 토론 결과 왜곡해 보도
이정희 후보 ‘다카키 마사오’ 발언 언급없어
이정희 후보 ‘다카키 마사오’ 발언 언급없어
미국에서 발행되는 <미주 조선일보>가 “한국 대선 첫 텔레비전 토론, 박근혜 압승”이라고 보도(4일치 1면)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날선 공격을 당했던 토론회 내용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토론회를 생방송으로 볼 수 없는 미국 동포들에게 토론 결과를 박근혜 후보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왜곡해서 전달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주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첫 텔레비전 토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를 굳힐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워싱턴 동포사회는 대체적으로 박근혜 후보가 압도한 무대였다는 평가가 잇따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이름 ‘다카키 마사오’ 등을 거론한 이정희 후보의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격이었고, 누구에게도 압도적인 토론회는 아니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 신문은 또 “동포들은 박근혜 후보의 승리를 독려하는 한편 문재인 후보나 이정희 후보에 관한 보수 성향 동포들의 비판적인 발언도 쏟아냈다”고 전했다. 이어 기사 말미에 “문재인 후보와 이정희 후보는 너무 네거티브(부정적인)한 모습으로 나와 이상적인 정책 제시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한 한 재미동포 유권자의 견해를 실었다.
이 동포의 인용문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을 한 것은 맞지만, 문재인 후보는 네거티브 공격을 거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 후보가 문 후보에게 네거티브 공격을 하자 문 후보가 “캠프에서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박 후보조차 네거티브를 할 줄은 몰랐다”고 실망하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이 보도의 내용이 트위터 이용자들에 의해 국내에 알려지자 균형을 상실한 보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seojuho는 “조선일보가 스스로를 부정하면서 여론조작 발악중이다”고 말했고, @DrMyung는 “창의적인 헤드라인”이라며 비꼬았다. @Wind***는 “압승하면 뭐하겠노? 기분조타꼬 미친 소고기나 사묵겠지요”라고 조롱했다. 재미동포로 보이는 한 누리꾼(@hyekim1)은 “이 기사보고 미주 한인들 뒷목잡았답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미주 조선일보>는 “문제없는 보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주 조선일보> 관계자는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박근혜 후보가 토론에서 우세했던 것을 압승이라고 표현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 특별히 문제 있는 보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 후보를 두둔하려고 쓴 기사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조선일보>는 6일 오전 자사 누리집을 통해 “미주 조선일보의 보도는 조선일보와 관련이 없다. 현지 동포가 조선일보와 계약을 맺고 조선일보에 게재된 일부 기사를 전재하고, 현지 뉴스를 합쳐서 발행하고 있다”며 “현지 신문 종사자들도 조선일보의 직원이 아니다”고 밝혔다.
<미주 조선일보>는 미국 워싱턴 등 한인 가정에 배달되는 신문으로 매일 3만부를 발행하는 한글 일간지다.
한편, 재외국민 대통령 선거가 6일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투표소는 로스엔젤레스 등 12곳에 설치됐고 투표함은 국내로 보내져 대선일인 19일 오후 6시에 개봉한다.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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