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수용 북한 외무상(왼쪽)이 27일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리 외무상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서를 반 총장에게 전달했다. 뉴욕/AP 연합뉴스
북 리수용 외무상 전달
반 총장 재임 7년중 처음
반, 평소 임기중 방북 희망
김정은, 반 초청했나 촉각
반 총장 재임 7년중 처음
반, 평소 임기중 방북 희망
김정은, 반 초청했나 촉각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27일(현지시각)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서를 전달했다.
반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리수용 북한 외무상을 20여분간 면담한 자리에서 친서를 전달받고 리 외무상에게 감사를 표시했다고 유엔 사무총장실이 밝혔다. 사무총장실은 친서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유엔총회 기간에 북한 최고지도자가 반 총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이례적이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반 총장의 재임 7년여간 북한 최고지도자의 친서가 전달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 총장이 임기중 북한 방문을 희망해왔다는 점에서 북한이 반 총장을 초청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북한 인권 문제가 유엔 차원에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언급이 담겼을 수도 있다. 특히, 리 외무상이 북한 외무상으로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한 데다 김 제1비서의 최측근이란 점에서 그의 이번 방문 목적이 친서 전달에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 총장은 면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등 모든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간 관계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또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북한 내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유엔 산하기관들이 북한 주민에게 더 많이 접근하도록 보장받고, 지원 정도를 평가하는데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유엔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를 포함해 국제사회와 대화할 의향을 밝혔다. 반 총장도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한편, 리 외무상은 이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합동군사훈련, 인권 문제의 정치적 이용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인권 문제를 정치적 목적에 도용하는 것이야말로 인권 그 자체에 대한 가장 큰 유린”이라며 “인권 문제를 특정한 국가의 제도 전복에 도용하려는 온갖 시도와 행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를 적대시하지 않는 나라들과 평등한 기초 위에서 인권 대화와 협력을 해나갈 용의가 있으며, 유엔을 비롯한 해당 국제기구들과 인권 분야에서 기술 협조와 접촉·의사소통을 도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완전히 없어져 우리 자주권, 생존권에 대한 위협이 제거된다면 핵 문제는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이번 총회 기간에 쿠바·알제리·네팔 등 20여개국과 양자회담을 열었으며, 29일 미국을 떠나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관심을 모았던 남북 외교장관 회의는 결국 무산됐다.
유엔본부(뉴욕)/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이슈김정은의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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