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미씨.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미국 국무부는 9일(현지시각) 한국 검찰이 ‘통일 토크 콘서트’를 벌였다는 이유로 재미동포 신은미(54)씨를 강제출국시킨 것과 관련해, 신씨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신씨 관련 질문이 나오자 “한국이 대체로 인권 증진과 보호를 위해 지속적으로 헌신해 왔다”며 “(그러나) 국가보안법에 관해서는 일부 경우에서 보듯이 그 법이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접근을 제한하고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신씨가 지난 3주 동안 한국에서 출국정지된 뒤 검찰이 강제출국을 요청하고 5년간 한국 입국을 금지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해서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미국 시민을 영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신씨 사건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9일치 7면 머릿기사에서 “이 기이한 사건은 한국 내 보수파와 탈북자들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민주주의 사회인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에 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10일치 6면 기사에서 신씨 사건을 자세히 전하면서 “국제인권단체들은 한국 정부에 표현 및 결사의 자유를 방해하는 국가보안법의 폐지 또는 개정을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비판가들은 이적 행위에 관한 모호한 규정 탓에 법 남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 집권 이후 그런 남용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지난달에는 작은 좌파 정당(통합진보당)이 해산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씨는 10일(현지시각) 오후 남편과 함께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도착했다. 신씨가 교회 지인들과 진보단체 회원 20여명에게 둘러싸여 입국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보수단체 회원 20여명이 욕설과 함께 “종북 분자는 북한으로 가라”며 신씨를 막아서 몸싸움이 빚어졌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급기야 공항 경찰과 경비원들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나섰고, 보수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2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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