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입국 봉쇄’ 발언 일침
장관들도 총동원 맹비난 가세
각국 지도자들 유감·우려 표현
장관들도 총동원 맹비난 가세
각국 지도자들 유감·우려 표현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철저하게 봉쇄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백악관이 직접 나서 “대선 후보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각국 지도자들까지 그의 발언을 비난하고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8일 “트럼프의 선거운동은 몇달 동안 얼빠진 구호에서 노골적인 거짓말, 가발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쓰레기통과 같은 자질을 보여줬다”며 “그의 어제 발언은 그가 대통령으로 일할 자질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이어 “이제 문제는 공화당의 나머지 후보들이 트럼프와 함께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같이 끌려들어 가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보면 별로 좋지는 않다”고 비꼬았다.
어니스트 대변인의 발언은 ‘준비된’ 원고인데다, ‘트럼프식’ 직설화법을 동원해 트럼프를 공격했고, 심지어 트럼프가 적극 부인하고 있는 그의 ‘인조 머리’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했다는 점에서 지극히 이례적이다. 또 어니스트 대변인은 야당인 공화당의 다른 대선 후보들과 트럼프를 분리·고립시키겠다는 의도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이는 트럼프의 극단적 발언으로 미국 내 종교간 갈등과 반목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동시에, 대선 경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공화당을 자중지란에 빠뜨리기 위한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뿐 아니라, 이날 “무슬림 사회와의 연대를 저해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위한 우리의 노력에 반한다”라는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의 발언을 비롯해 국무부, 국방부 등 오바마 행정부의 장관들이 거의 총동원돼 트럼프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심지어 외국 지도자들도 ‘내정 간섭’으로 비칠 수도 있음에도 트럼프의 발언에 유감과 우려를 표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트럼프의 발언은 분열적이며 도움이 되지 않고 완전히 틀렸다”며 “나는 그의 발언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다른 누군가들처럼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 우리의 유일한 적은 급진 이슬람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날 <시엔엔>(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테러를 당할) 더 많은 세계무역센터가 나오게 될 것”이라며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이 정당하다고 항변했다.
그동안 트럼프는 숱한 막말 논란에도 지지율이 떨어진 적이 거의 없다. 그가 공화당 유권자들의 잠재된 분노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금지선’을 한참 넘어선 것인데다 공화당 지도부조차 비판하고 있어 공화당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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