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블러프턴/AP=연합뉴스
당 기성세력 트럼프 발언 비난 불구
예비경선 유권자 65%는 트럼프 지지
무슬림 입국 전면금지 발언 이후
트럼프-당 화해 모색 분위기 냉랭
“대선판 안떠난다” 무소속 불사 뜻도
공화, 껴안을수도 내칠수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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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를 어찌할 것인가?
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를 놓고 기로에 서있다. 트럼프가 막말로 부추기는 풀뿌리 유권자층과 당 기성세력 사이의 간극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기성 지도부는 최근 무슬림의 미국 입국 봉쇄를 주장한 트럼프를 일제히 비난했다. 그러나, 공화당 유권자층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오히려 견고해지고 있다. 더 나아가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완주 입장을 천명했다. 당 후보로 지명되지 않으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리라는 것을 뜻한다. 링컨의 당이라고 자부하는 공화당이 창당 이래 최악의 재앙 상태로까지 몰리는 형국이다.
공화당의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8일 트럼프의 발언이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런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게 아니다. 당으로서도, 국가로서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2인자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비판에 가세했다. 심지어 조지 부시 행정부의 강경보수 세력을 이끌었던 딕 체니 전 부통령도 전날 보수성향 라디오 프로그램 ‘휴 유잇’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생각은 우리가 추구하고 믿는 모든 것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공화당 기성 지도부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 유권자 층의 주요 축인 우파 성향의 풀뿌리 유권자들은 트럼프와 더 밀착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후보 경선을 가늠하는 예비경선과 당원대회가 시작되는 뉴햄프셔와 아이오와 등에서 공화당 기성 지도부에 대한 반발은 커지고 있다. 트럼프를 “비공화당, 비헌법적, 비미국적”이라고 성명을 낸 제니퍼 혼 뉴햄프셔주 당의장은 공화당 주의원으로부터 사임을 촉구받았다. 알 발다사로 주의원은 기득권층 공화당원이 “트럼프가 있는 그대로 얘기한다고 해서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역공했다. 대선 후보 지명대회가 처음으로 열리는 아이오와에서도 트럼프의 발언에 반대한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제프 앤젤로가 곤욕을 치렀다. 그의 방송 뒤 방송국에는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청취자들이 그를 욕하는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블룸버그 폴리틱스’와 ‘퍼플 스트래티지’가 8일 유권자 6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온라인 조사에서 공화당 예비경선 유권자의 65%가 트럼프의 발언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7%는 이번 발언으로 트럼프를 더 지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더욱 기고만장해지고 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새로운 여론조사는 내 지지자의 68%가 내가 공화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나에게 투표할 것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9일치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대통령 선거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무소속 출마도 불사할 것임을 다시 확인했다.
공화당 지도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예상과는 달리 여전한 트럼프의 바람이 내년 대선을 넘어서 공화당의 정체성에 심각한 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중도 우파 성향의 당 정체성은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중하류층 백인층의 불만과 소외가 극우 성향으로 표출되고, 이들은 당의 기성세력을 불신하고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 기성세력의 화해가 모색되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주 총선에 나서는 공화당 후보들이 트럼프를 선거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관한 기밀 메모를 보도했다. 메모는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진정성 있고, 독립적이고, 솔직하고, 단호하다고 보고 있고, 매수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어서 그가 뜨고 있다”며 “이는 우리 후보들이 2016년에 진전시켜야만 할 특성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역시 뉴욕에서 열리는 공화당 모금행사를 주도할 예정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으로 둘 사이의 관계는 회복 불능으로 치달았다. 공화당 기성세력은 트럼프를 껴안을 수도 내칠 수도 없는 딜레마에서 이젠 선택의 순간으로 몰리고 있다.
문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당이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보수적인 평론가 브리언 케이츠는 트위터에 “사람들은 트럼프를 끝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더 강하고 보수적인 공화당을 원해서가 아니라 공화당을 파괴하려고 원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고 <비비시>방송이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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