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대선 경선판 요동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트럼프 못잖은 극우…지지율 31% 급등
‘무슬림 발언’ 트럼프는 21%…하락세
당 지도부 트럼프 낙마 움직임도
힐러리쪽 “크루즈가 후보 가능성 커” <뉴욕 타임스>는 이 조사 결과는 크루즈의 선거운동이 힘을 얻기 시작하는 신호라며, 앞으로 공화당 경선이 지루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바에서 이민 온 복음주의 목사 아버지를 둔 크루즈는 강경한 보수주의 정견으로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층에서 45%, 당내 풀뿌리 우파 조직인 티파티 보수층에서 39%로 각각 최고의 지지율을 얻었다. 트럼프의 막말이 많은 논란과 반대를 부르자, 트럼프를 지지하던 풀뿌리 보수층이 크루즈 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엔비시>(NBC) 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57%가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에 반대했다. 트럼프가 당내에서는 인기가 있으나, 전체 유권자층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크루즈는 지난 10월 이후 아이오와를 매주 방문하며, 타협않는 원칙과 많은 자질을 가진 보수인사를 찾는 우파들한테 자신이 바로 해답이라고 설득했다. 또 트럼프의 지지층에도 영합하는 공을 들여왔다. 그는 트럼프와 상호 비방하지 않는 묵계를 맺었다.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 뒤에도 트럼프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를 비판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는 모든 공화당 경선 주자들이 트럼프를 비난한 것과 대조됐다. 트럼프 역시 다른 후보에 대해서와는 달리, 그동안 크루즈는 자신의 막말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오와에서 크루즈의 부상으로 묵계는 깨지고 곧 전면전이 예상되고 있다. 크루즈는 지난 8일 열린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 온 지지자들에게 트럼프가 의심스런 판단력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트위터에 “기성 세력들의 유일한 희망은 새장에서 트럼프와 내가 싸우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현실의 도널드 트럼프는 끔찍하다”고 썼다. 트럼프는 지난 10일 데모인에서 열린 집회에서 아이오와의 중요한 산업인 에탄올 연료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을 크루즈가 반대했다며 공격을 시작했다. 크루즈의 부상으로 공화당 경선은 △극우 공화당원의 선택지인 크루즈 △반 기성세력 아웃사이더인 트럼프 △당내의 중도우익을 대표하는 제3의 후보 사이의 장기 레이스가 될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민주당의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대책본부장인 존 포데스타는 크루즈가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공화당 기성 지도부도 트럼프를 낙마시키기 위해 오는 7월 클리블랜드 전당대회에서 표 대결 등 ‘중재 전당대회’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현재 트럼프가 당내에서 지지율 1위이기는 하나 30%대에 불과해, 이런 식으로 후보 경선이 진행되면 전당대회에서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체 대의원의 과반을 확보한 주자가 없다면, 전당대회에서는 2차 투표를 해야 한다. 이 경우 대의원들은 주별 경선의 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재량으로 투표할 수 있다. 2차 투표에서부터 반트럼프 단일화 연대를 해 그를 낙마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안 중의 한명인 크루즈 역시 막말만 하지 않을 뿐 정견에서는 트럼프를 능가하는 극우적 성향을 보여, 공화당의 선택지는 좁아지고 있다. 크루즈를 선두로 올린 아이오와 여론조사에 참가한 공화당 성향 유권자 10명 중 6명은 기후변화는 사기이며, 절반 이상은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을 찬성하고, 6명은 국세청 폐지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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