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가 11일 뉴욕 올바니 타임스유니언센터에서 자신의 선거 홍보물을 든 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올바니/AP 연합뉴스
미 공화당 ‘내홍’ 갈수록 노골화
콜로라도 대의원 크루즈에 몰자
트럼프, 당원 서류 소각 영상 배포
당 주류는 경쟁 전당대회 추진 가속
‘당 존립 시험대 될 것’ 관측도
콜로라도 대의원 크루즈에 몰자
트럼프, 당원 서류 소각 영상 배포
당 주류는 경쟁 전당대회 추진 가속
‘당 존립 시험대 될 것’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기성 주류에 대한 협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경쟁 전당대회를 통해 자신을 대선 후보에서 배제할 경우, 당이 깨질 것이라고 위협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11일 자신의 지지자가 공화당원 등록서류를 불태우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한 백인 남성이 “공화당은 이제 안녕이다. 나는 원하지 않는 이에게 절대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소속으로 남아 트럼프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공화당 등록서류를 불태우는 장면을 담고 있다.
트럼프는 “미 전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훌륭한 많은 시민이 정치인들에 의해 투표권을 박탈당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달았다. 공화당 기성 주류들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자신의 대의원 과반 확보를 저지한 뒤, 경쟁 전당대회를 통해 다른 후보를 추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경고다. 경선에서 선두인 자신이 후보로 지명되지 않으면, 지지자들과 함께 당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경선에 출마하면서 ‘결과 승복과 무소속 출마 포기’를 약속하지 않았던 트럼프는 올해 경선이 시작되고 자신이 선두를 유지하자, ‘경선 승복’을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당 주류들이 자신의 후보 지명을 저지하려는 경쟁 전당대회 모색 움직임을 보이자, 다시 태도를 바꾸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최근 위스콘신 경선에서 패하며, 대의원 과반 확보가 힘들어지자 공화당을 깨겠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
트럼프의 협박은 공화당 주류들이 먼저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콜로라도에서는 지난 9일 대선 주자들이 참여하는 경선 형식이 아닌, 당대회를 통해 대의원을 선발해, 트럼프의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가 주에 할당된 13명 대의원 전원을 확보하도록 했다. 트럼프는 1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들(콜로라도 유권자)은 투표권을 받지 못했다. 이건 부정직한 거래다. 시스템은 조작됐고, 왜곡됐다.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법이 아니다”고 말하는 등 분노를 나타냈다. 앞서 10일 트럼프는 유세에서 “경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이 자동으로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부정직한 야바위로 큰 흐름을 뒤집으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공화당 안에서는 트럼프의 기세가 위스콘신 경선을 계기로 한풀 꺽이자, 경쟁 전당대회로 상황을 끌고가려는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에 대한 비난 공격이 드디어 효과를 발휘하는 정황도 나타난다. 올해 경선이 시작된 뒤 모두 1억3200만달러의 네거티브 광고가 집행됐는데, 그 중 절반이 넘는 7천만달러가 트럼프를 향한 네거티브 광고였다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트럼프에 대한 네거티브 광고는 지난해 12월부터 본격화됐는데, 당시 트럼프의 비호감도는 57%였다. 지난달 이 수치는 67%로 올랐다.
공화당 기성 주류들이 트럼프를 배제하려면 두 개의 벽을 넘어야 한다. 우선 ‘경쟁 전당대회’를 성사시켜야 하고, 다음으로 거기서 트럼프를 낙마시켜야 한다. 두 벽을 넘는 동안 엄청난 갈등과 지지자들의 이탈과 외면을 감수해야 한다. 공화당 안팎에선 결국 올해 대선이 정권 탈환보다 당의 존립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데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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