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외교·안보 정책 구상서 밝혀
이달 연합훈련 ‘엠디훈련’ 명확히
집권땐 시스템 구축 가속화 예고
‘참여 없다’던 한국 정부와 배치
이달 연합훈련 ‘엠디훈련’ 명확히
집권땐 시스템 구축 가속화 예고
‘참여 없다’던 한국 정부와 배치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처음으로 자신의 외교·안보 정책 구상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장관 재임 시절 한·미·일 미사일방어시스템(MD·엠디)을 구축해 왔다고 밝혔다. 클린턴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 주도 한·미·일 3국 엠디 시스템 구축이 가속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인데다, ‘미국 주도의 엠디 참여는 없다’는 한국 국방부의 설명과도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클린턴은 2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한 연설을 통해 “국무장관 시절 북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동맹인 일본, 한국과 함께 긴밀히 협력해왔다”며 “북한 지도자들이 핵무기를 발사한다면 이를 격추하기 위한 엠디 시스템 구축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클린턴은 이어 “그(엠디) 기술은 미국 것이며 중요한 무기는 일본 함선에 실려 있다. (한·미·일) 3국 모두 이 시스템 구축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일본 함선에 실린 무기는 이지스 시스템과 요격미사일인 에스엠(SM)-3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한국의 기여’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등을 통한 협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클린턴은 또 “이달 한·미·일의 군이 그것(엠디)을 시험하기 위해 연합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 미국 주도 환태평양합동훈련(림팩)의 일환으로 처음 실시하는 한·미·일 훈련이 엠디 훈련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클린턴의 발언은 미국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치밀하게 한·미·일 엠디 시스템을 구축해 왔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또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한국의 미사일방어를 미국 주도의 엠디 하위망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거세게 몰아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한·미·일 3국간 엠디를 자국 안보에 대한 ‘레드 라인’(금지선)으로 간주하는 중국의 반발로 미-중 관계는 물론, 한-중 관계마저 출렁일 수 있다.
클린턴의 말은 한국 국방부의 입장과도 결이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엠디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특히 림팩에서 실시하는 한·미·일 첫 미사일방어 훈련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엠디 훈련이 아니며, 미국 주도의 엠디 참여도 아니다”라고 반박해왔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클린턴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박병수 선임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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