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각) 후보 확정에 필요한 과반수 대의원을 확보해,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물리치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여성이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된 것은 미국 240년 역사상 처음으로, 부동산 재벌이자 ‘아웃사이더’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앞으로 5개월에 걸쳐 백악관 열쇠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날 클린턴 전 장관이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전체 대의원의 과반인 2383명을 확보해, ‘매직넘버’를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2383명은 지난 2월부터 경선을 통해 선출된 대의원 1812명과 민주당 지도부·상하원 의원 등으로 구성된 ‘슈퍼대의원’ 지지자 571명을 합한 것이다. 클린턴은 2008년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과의 민주당 경선 경쟁에서 패한 뒤 국무장관 등을 거쳐 지난해 4월 대권 재도전을 선언했다.
애초 클린턴은 7일 경선이 치러지는 캘리포니아 등 6개주 경선에서 과반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으나, 주말을 거치면서 슈퍼대의원 24명의 막판 지지가 몰려 예상보다 일찍 지명을 확정지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클린턴은 이날 캘리포니아 유세 도중 “역사적인, 전례없는 순간에 와 있다”면서도 “6개주 경선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말을 아꼈다. 클린턴은 7일 경선을 마친 뒤 공식적으로 승리 선언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르면 이번주 안에 클린턴에 대해 공식 지지를 선언한 뒤 ‘트럼프 대통령’ 막기에 본격 뛰어들 예정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캘리포니아에서 클린턴과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샌더스 쪽은 경선 하루 전날 이런 보도가 나온 것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마이클 브리그스 대변인은 “언론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게 유감스럽다”며 다음달 전당대회에서 최종 투표를 하게 돼 있는 슈퍼대의원 수를 미리 집계해 발표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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