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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공화당 후보로 공식 지명

등록 2016-07-20 16:25수정 2016-07-20 21:07

친위대 뉴욕주 앞세워 오하이오 ’반란’ 진압
대의원 과반 넘자 ‘정상 등극’ 문자 번쩍번쩍
트럼프 사수 위해 뉴욕, 캘리포니아 앞자리 배치
반 트럼프 진영 유타주는 말석에 배치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19일(현지시각)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농구경기장 ‘퀴클론스 아레나’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연설하는 모습이 대형 화면에 비치고 있다. 이날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클리블랜드/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19일(현지시각)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농구경기장 ‘퀴클론스 아레나’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연설하는 모습이 대형 화면에 비치고 있다. 이날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클리블랜드/AFP 연합뉴스
‘부동산 황제’, ‘아웃사이더’, ‘이단아’ 등으로 별종 취급을 받던 도널드 트럼프가 19일(현지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전대)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지난 5월 마지막 경선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사퇴 이후 ‘사실상 공화당 후보’로 불렸지만, 이제 ‘사실상’이라는 꼬리표도 떼어낸 것이다. 지난 2월1일 오하이오주를 시작으로 경선을 치른 지 5개월20여일만이다.

이날 클리블랜드 농구경기장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열린 대의원 공개투표 ‘롤 콜’에서 트럼프는 대의원 과반수인 ‘매직 넘버’ 1237명을 넘겨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과거 전대에선 ‘롤 콜’이 요식행위였지만, 이번 대선 후보 선정과정에선 막판까지 일부 대의원들이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고 있던 터여서, 당내 ‘반 트럼프’ 움직임에 쐐기를 박는 정치적 의미가 있다.

이날 저녁 6시20분께, 약간의 긴장감 속에서 50개주와 워싱턴 디시(DC), 미국령 등 56개 지역의 경선 결과를 영어 알파벳 순으로 공개하는 롤 콜이 시작됐다. 앨라배마를 시작으로 트럼프 지지 분위기로 달아오르던 대회장은 콜로라도주에서 1차적으로 제동이 걸렸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한 ‘반 트럼프’ 운동의 중심지였던 콜로라도에서 주 대표가 크루즈에게 31명의 대의원, 트럼프에게 겨우 4명의 대의원을 할당했다고 발표하자, 장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경선 결과와 별도로, 주 대표가 ‘그럼에도’ 당의 단합을 위해 모든 대의원을 트럼프에게 몰아주겠다고 하는 관례가 있지만, 콜로라도 주 대표는 끝내 뒷말을 잇지 않았다.

트럼프가 패배했던 미네소타 등 일부 주도 경선 결과를 솔직히 발표하는 형식으로 약간의 저항을 하긴 했지만, 가장 극적인 대목은 오하이오주 차례가 왔을 때 찾아왔다.

오하이오 경선 결과 발표 순서에 이르자, 주 대표는 경선 결과와 상관없이 대의원 66명이 모두 존 케이식 현 주지사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오하이오 대의원 석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지만, 장내에 서늘한 분위기가 돌았다. 사회자의 얼굴에서도 짙은 당혹감이 묻어났다.

이때, 트럼프의 정치적·지리적 고향인 뉴욕주가 구원투수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경선 결과 발표 차례가 왔을 때 “통과”(pass)를 외치며 순서를 아껴뒀던 뉴욕이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를 앞세워 “95명의 대의원 가운데 89명의 대의원이 트럼프를 지지했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전에 조율된 것처럼, 퀴큰론스 아레나에 설치된 초대형 스크린과 천장에 달린 세 개의 엘이디(LED) 전광판에는 화려한 불꽃이 터지는 장면과 함께 ‘오버 더 톱’(over the top·정상 등극)이라는 큼직한 축하 문구가 카지노의 잭팟이 터졌을 때처럼 번쩍거렸다. 뉴욕의 발표로 트럼프가 대의원 확보 과반을 넘겨 공식적으로 대선 후보로 확정됐음을 알린 것이다.

발표를 맡았던 주니어 트럼프는 감격어린 표정을 지으며 “아버지! 축하합니다. 우리 모두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쳤고, 옆에 서 있던 큰딸 이방카도 손을 가슴으로 가져가며 벅찬 표정을 지었다. 브라스밴드가 ‘뉴욕, 뉴욕’을 연주하자, 대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갈채를 보내거나 춤을 췄다. 오하이오의 작은 저항이 순식간에 무위로 돌아가자, 오하이오 일부 대의원들도 마지못해 박수를 치는 모습이 보였다.

전대 주최 쪽은 트럼프를 사수하기 위해 주별 좌석 배치도 치밀하게 기획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단에서 불과 4~5m 떨어진 가장 앞쪽엔 친위대인 뉴욕주 대의원에게 배정했다.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 출신 공화당 대의원들은 전대 때마다 뒷좌석를 배정받았지만, 이번엔 대의원 172명 전원이 트럼프를 지지하면서 맨 앞자리에 앉는 특혜를 누렸다. 반면, ‘반 트럼프’를 외쳐온 유타 주는 말석인 맨 끝자리에 배정받았다. 행여 ‘반 트럼프’ 구호를 외치거나 인터뷰를 해도 눈에 잘 띄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 후보로 옹립하는 과정은 치밀하게 잘 기획돼 있었다.

클리블랜드/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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