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무대에 올라 공화당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클리블랜드/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의 방위에 자동 개입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당 안팎에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대통령 후보 경선 경쟁자이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전당대회 연설에서 ‘양심껏 투표하라’고 트럼프 지지를 거부한 데 이은 전당대회의 또다른 최대 악재로 떠올랐다.
옌스 스톨텐버그 나토 사무총장은 21일 “연대는 나토의 핵심가치”라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그는 나토 동맹 회원국들은 “서로를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나토 조약 5항은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의미하며, 이 경우 나토 회원국은 방위에 나서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는 20일 <뉴욕 타임스>와 회견에서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인 발트 3국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 나라가 미국에 대한 의무를 다했는지를 검토한 뒤에 방어에 나설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나토 규정과 어긋나는 의견을 나타냈다.
전당대회에 참석해 마지못해 트럼프를 지지했던 당 중진들도 벌떼처럼 일어났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동의하지 않는다. 틀렸다”며 “나토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군사동맹”이라고 말했다. 린제이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그런 언급은 세계를 더 위험하고, 미국을 덜 안전하게 만든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만 “아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를 공개지지한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시비에스>(CBS)와의 회견에서 에스토니아처럼 러시아에 근접한 나라들을 미국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는 “에스토니아는 상트페테르스부르그 교외에 있다”며 “그런 곳을 놓고 핵전쟁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확신이 안선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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