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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연설, 미국인 분노 자극했다

등록 2016-07-22 17:19수정 2016-07-22 17:32

이민, 무역 보호장벽 등 주요 이슈 거론
힐러리 클린턴 등 기존 정치세력 동시에 비판
21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후보 수락연설을 한 뒤 가족들과 함꼐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클리블랜드/AP 연합뉴스
21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후보 수락연설을 한 뒤 가족들과 함꼐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클리블랜드/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의 21일(현지시각) 후보 수락연설은 세계화로 피폐화된 미국 백인 중산층과 하층민의 분노를 자극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그는 선거 구도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상징되는 ‘기존 정치세력’과 자신으로 대표되는 ‘반 기존 정치세력’의 대결로 끌고갈 것임을 분명히 예고했다. 기존 공화당은 자유무역주의 폐기와 고립주의 등을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의 공화당’으로 완전한 변신을 꾀했다.

이날 밤 10시17분께 대회장인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농구경기장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딸 이방카의 “나의 아버지, 차기 대통령”이라는 소개를 받고 나타난 트럼프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긴 했지만, 특유의 익살스런 표정은 자제하면서 이제 대선 후보로서 절제된 행동을 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관중들은 “트럼프”와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쳤다.

이날 트럼프 연설의 핵심 키워드는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였다. 무분별한 불법 이민과 손해보는 무역을 방치해 미국인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백인 중산층의) 인식이 깔려있다. 이민과 무역은 트럼프 브랜드를 뒷받침하는 2개의 기둥이고, 유세 초기부터 바뀐 적이 없다. 그는 이날 “추방명령을 받은 18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오늘 밤도 평화로운 시민들을 위협하며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고 주장하며 불법 이민자들이 불안의 요인이라며 두려움과 분노를 조장했다. 그는 또 “나의 경쟁자(힐러리 클린턴)는 시리아 난민을 550% 증가시키자고 요청했다”며 “난민들이 누구이고, 어디서 오는지 점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도 클린턴은 이를 제안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해법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커다란 국경 장벽을 건설하고, 이를 통해 갱단과 폭력을 막고, 우리 공동체로 쏟아져 오는 마약을 막는 것”이다. 철저히 타자에 대한 배제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라는 고립의 성을 쌓겠다는 것이다.

그는 무역과 관련해서도 철저한 보호무역을 예고했다. 레이거노믹스 이후 공화당 강령의 핵심이었던 자유무역을 폐기한 것이다. 그는 “해고된 공장노동자들과 끔찍하고 불공정한 무역 협상으로 붕괴된 지역을 방문했다”며 “나는 여러분의 목소리”(I am your voice)고 밝혔다. 자유무역이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미국의 부를 빼앗고 있다는 인식 아래, 트럼프는 모든 무역협정을 완전히 재협상할 것이며, 관세 장벽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글로벌리즘이 아니라, 아메리카니즘(미국 우선주의)이 우리의 신조”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는 이러한 미국의 문제가 “부패된” 기존 정치세력 때문에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클린턴이 (기존) 시스템들을 계속 유지해줄 것이기 때문에 거대 기업과 엘리트 미디어, 거대한 정치자금 기부자들이 클린턴에 줄을 섰다”고 몰아세웠다. 트럼프는 “그녀는 꼭두각시고, 그들이 줄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패와 반부패, 변화와 현상유지, 기득권과 반기득권 식의 프레임은 클린턴을 상당히 곤혹스럽게 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클린턴의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가 보호무역을 내걸었던 점을 들어, 그의 지지자들에게 합류를 요청하기도 했다. 공화당 가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성소수자인 LGBTQ(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퀘스쳐너)들을 보호하겠다며 외연 확장을 꾀했다.

그는 외교정책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공화당 주류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고 고립주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이 이라크나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에서 추진했던 국가 건설이나 정권교체와 같은 실패한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날 연설은 기존의 공화당이 수명을 다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클리블랜드/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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