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28일(현지시각)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함께하면 더 강해진다”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걸고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향한 본격적인 행로에 나섰다.
클린턴 후보는 이날 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서 딸 첼시의 소개를 받고 등장해 59분 동안의 연설을 통해 ‘함께’(together)를 핵심 열쇳말로 제시했다. 먼저, 클린턴은 버니 샌더스를 향해 “당신의 선거운동은 수백만 미국인, 특히 가슴과 영혼을 경선 과정에 쏟아부은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당신의 대의가 우리의 대의”라며 샌더스의 핵심 공약들을 수용하고 지킬 것을 또 한번 다짐했다. 그는 “중산층이 번성해야 미국도 번성한다”며 “(최저임금을 넘어) 생활임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풀타임으로 일하고도 가난 속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밖에 없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와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중산층을 위해 대학 등록금을 무료로 하고, 모두의 부채를 덜어주기 위해 샌더스와 함께 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클린턴의 민주당이 ‘좌클릭’ 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클린턴은 이민 문제에서도 “우리 경제에 공헌하고 있는 수백만 이민자가 시민권을 얻는 과정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혀 이민자들을 포용할 것을 약속했다. 또 그는 “민주당원뿐 아니라 공화당원, 무당파, 그리고 성공한 사람이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든, 나에게 투표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층의 분열이 가장 극심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현실을 치유하겠다는 선언인 동시에 선거공학 측면에선 모든 지지층을 껴안는 ‘빅 텐트’ 전략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함께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테러와 싸우는 데 동맹과 협력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클린턴은 미국이 세계를 이끌 수 있다는 리더십을 강조함으로써 트럼프의 고립주의와 배치되는 ‘미국 예외주의’를 내세웠다. 클린턴은 북핵 문제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공정 무역협정에 대해 중국에 맞서야 한다. 철강 노동자와 자동차 노동자, 국내 제조업자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해, 클린턴이 집권해도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필라델피아/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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