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키시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키시미/AP 연합뉴스
70여명의 공화당 인사들이 당 중앙 조직인 ‘공화당전국위원회’(RNC)에 서한을 보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화당 정부의 외교안보 전문가 50여명이 트럼프 반대 서한에 서명한데 이어 실무자들까지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공화당원의 ‘트럼프 이탈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트럼프 반대’ 성향의 전직 의원과 실무자 등 70여명이 트럼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서한에 서명했다고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분열적 모습과 무모함, 불완전함, 전례가 없는 비호감 등이 이번 대선을 민주당 압승이라는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공화당전국위원회에서 가용할만한 자원을 대선이 아닌 상·하원 의원 선거에 쏟아부어야만, 공화당이 트럼프와 함께 익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낮게 점치면서, “(트럼프 지원 중단은) 그다지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며 전국위원회의 노선 변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이번 서한은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대변인을 지낸 앤드류 와인스타인이 주도했다. 이번주 초부터 서명에 돌입한 이 서한은 공식적으로 다음주에 공화당전국위원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서한에는 고든 험프리 전 상원의원(뉴햄프셔)과 크리스 셰의 하원의원(코네티컷), 톰 콜맨 전 하원의원(미주리)등 공화당 유력 인사에 더해 공화당전국위원회에서 일했던 20여명의 선거 실무자들이 서명했다. 와인스타인은 “상원과 하원에서 공화당 다수를 보호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이번 서한에 참여했다”며 “특정한 누군가를 지지하기 위한 서한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공화당 주요 인사들의 트럼프 지지 거부는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8일에는 수전 콜린스 미 상원의원이 <워싱턴 포스트>기고문을 통해 “트럼프는 전통적인 공화당의 가치에 반한다”며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날 역대 공화당 출신 대통령 행정부에서 핵심 안보 관리를 지낸 전현직 관료 50여명도 공개 서한을 내고 트럼프 지지를 거부했다. 지금까지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공화당 출신 전·현직 주지사와 상·하원 의원은 40여명에 이른다.
이처럼 공화당 인사들의 지지 거부가 잇따르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문제로 지적받는 자신의 공격적인 태도를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11일 <시엔비시>(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이슬람국가(IS)를 만들어냈다’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대선이 가까워지더라도 발언 수위를 낮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어 11월에 클린턴 후보에 진다면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다시 일을 하거나, 아주, 아주 멋지고 긴 휴가를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괜찮다면서도, “진다고 하더라도 좋은 일상으로 되돌아가겠지만, 결국 나는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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