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20일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서 히스패닉 대표단과 모임을 갖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추락하는 지지율 만회를 위해 흑인 유권자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 16일 흑인 청년에 대한 경찰 총격 사건이 일어났던 위스콘신주 밀워키 근처의 웨스트벤드에서 유세를 펼치면서 “폭동의 가장 큰 희생자는 법을 지키는 아프리칸-아메리칸(흑인)”이라며 “다른 미래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흑인들은 나를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트럼프는 지난 19일 미시간주 유세 때도 디트로이트에서 90분 정도 떨어진 다이몬데일에서 흑인들을 향해 “당신들은 가난 속에 살고 있고, 흑인 젊은층의 실업률이 58%에 이를 정도로 직업도 구하기 힘들다. (민주당을 안 찍는다고) 도대체 잃을 게 뭐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 20일 버지니아주 프레데릭스버그 유세에선 “공화당은 에이브러햄 링컨의 정당이다. 나는 우리 당이 다시 한번 흑인 유권자들의 고향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백인 우월주의를 드러냈던 트럼프가 갑자기 흑인 표심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일차적으로 역대 공화당 후보 가운데 최악의 흑인 지지율을 얻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예측기관인 ‘파이브서티에이트’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치를 평균한 것을 보면, 트럼프에 대한 흑인 지지율은 2%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2004년 조지 부시의 흑인 득표율은 11%였고, 버락 오바마가 처음 출마했던 2008년에도 존 매케인 후보가 4%의 흑인 지지율을 기록했다.
트럼프 후보의 흑인 주목 전략에 대해 흑인이자 공화당 전략가인 론 크리스티는 “모든 흑인들이 감옥에 있는 것도 아니고 가난한 것도 아니다. 흑인들에게는 자기 성취와 아메리칸 드림 달성을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흑인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은 곳이 웨스트벤드(백인 비율 95%), 다이몬데일(93%) 등 백인 밀집지역이라는 점도 의아해 하고 있다. 미 공영방송인 <엔피아르>(NPR)는 21일, 트럼프가 실제로는 흑인표가 아니라, 인종주의에 거부감을 느끼는 백인 여성층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편, 트럼프가 미국 내 불법이민자들을 모두 추방하겠다는 기존 주장을 접고 적절한 조건을 갖춘 불법이민자에 대해선 합법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이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의 선거매니저 켈리엔 콘웨이도 이날 <시엔엔>(CNN) 방송에 출연해 “(새 이민정책이) 조만간 결정될 것이며, 공정하고 인간적인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