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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멕시코인은 강간범” 비하하던 트럼프, “멕시코 대통령은 친구”

등록 2016-09-01 09:08수정 2016-09-01 09:25

31일 니에토 대통령과 회동 뒤…“멕시코인들은 놀랍고 굉장한 사람들” 칭찬
“장벽은 설치해야…누가 돈을 댈지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솔직히’ 밝히기도
그동안 강경 발언 물타기 시도…이민정책 완화 가능성 높아
준비된 원고 읽으며 절제·차분한 목소리로 ‘대통령다움’ 보여주려 노력
엔리케 페냐 니에토(왼쪽) 멕시코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난 31일(현지시각) 멕시코시티에서 만나 회동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대선 후보 경선 기간 멕시코인들을 ‘강간범’ 등이라고 부르며 비하해온 트럼프는 이날 니에토 대통령을 ‘친구’라고 했다. 멕시코시티/AFP 연합뉴스
엔리케 페냐 니에토(왼쪽) 멕시코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난 31일(현지시각) 멕시코시티에서 만나 회동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대선 후보 경선 기간 멕시코인들을 ‘강간범’ 등이라고 부르며 비하해온 트럼프는 이날 니에토 대통령을 ‘친구’라고 했다. 멕시코시티/AFP 연합뉴스

멕시코 이민자들을 ‘강간범’‘마약밀수업자’ 등으로 비하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31일(현지시각) 엔리케 폐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회동 뒤 꼬리를 확 내렸다. 트럼프가 ‘취임 첫날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 등 그동안의 강경한 이민정책에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회동 뒤 기자회견를 마무리하면서 니에토 대통령을 두고 “친구라고 부르겠다”며 친근감을 표시하거나, 멕시코인들을 “놀라운”“굉장한”사람들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다분히 그에게 적대적인 히스패닉표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기자들을 대동하지 않은 채 이날 오후 1시께 멕시코에 도착한 트럼프는 90분간의 회동 뒤 기자회견에서 준비된 원고를 읽었으며, 절제되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그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사이에 장벽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 “장벽은 설치해야 한다”면서도 ”누가 돈을 댈지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트럼프는 멕시코의 돈으로 장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의 이날 회견 내용을 보면 강경한 이민정책의 출구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영리하고 철저하게 준비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그는 불법이민과 관련해 “강제추방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불법이민은) 인도주의적 재앙이므로 해결돼야 한다. 멕시코인에게도 미국인에게도 분명히 좋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둘째, 그는 미국과 멕시코와의 장벽 건설과 관련해 “어느 국가든 불법이민이나 마약, 무기를 차단하기 위해 물리적 장벽을 세우는 것은 그 국가의 권리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한다. 이런 공유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조는 미국이나 멕시코에 모두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벽 건설이 미국의 일방적 조처가 아니라 쌍방에 이득이 되는 조처임을 강조함으로써, 그동안의 발언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한 것으로 불 수 있다.

셋째,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으로 멕시코가 이득을 봤다고 주장했지만, 이전처럼 파기하겠다고 하지 않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나프타가 “22년된 협정이므로 오늘의 현실을 반영해 업데이트해야한다. 멕시코와 미국을 더 강하게 하기 위해 많은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로, 그동안의 강경발언을 누그러뜨렸다.

트럼프를 히틀러 등에 비유하며 맹렬히 비난했던 니에토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인들은 정직하고 가족과 공동체 생황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며 에둘러 트럼프를 비판하는 데 그쳤다. 니에토 대통령은 또한 나프타와 관련해서도 “개선될 수 있다”며 트럼프에 호응하는 모양새를 비치기도 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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