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46회 '블랙 코커스'(미 연방의회 흑인의원 모임) 연례 행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당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특히,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돼 클린턴에게 더 우호적일 것으로 기대되는 젊은층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미 퀴니피액대학이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35살 이하 유권자 집단의 후보 지지율은 클린턴이 31%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보다 겨우 5%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지난달 클린턴이 트럼프보다 24%포인트나 앞섰던 것에서 불과 한달 새 급속히 줄어든 수치다. 젊은층의 클린턴 외면은 같은 조사에서 두 후보의 전체 지지율 격차가 불과 2%포인트로 바짝 좁혀진 한 이유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날 <폭스 뉴스>의 조사에서도 클린턴과 트럼프의 35살 이하 유권자들의 지지율 격차는 9%포인트로, 8월초 27%포인트에서 크게 줄었다.
민주당 선거캠프는 잠재적 우군으로 평가되는 젊은 유권자들의 이탈에 비상이 걸렸다.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16일 버지나아주의 한 대학에서 열린 지원 유세에서 “선거는 투표자뿐 아니라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들과도 관계가 있다. 여러분처럼 젊은이들에게는 특히 그렇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클린턴과 경선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진보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도 클린턴의 주말 선거운동에 힘을 보탰다.
클린턴에게서 빠져나간 젊은 표심은 양당 대결구도에 가린 게리 존슨 자유당 후보에게 쏠리고 있다. 퀴니피액대학 여론조사를 보면, 존슨은 35살 이하 유권자 지지율 29%를 기록해 지난달(16%)보다 갑절 가까이 늘었다. 클린턴(31%)과는 불과 2%포인트 차이다.
미국 젊은이들이 클린턴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주류 정치권의 기득권 엘리트라는 식상한 이미지와 건강이상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슈퍼팩(정치자금위원회)의 한 대변인은 “젊은 유권자들을 겨냥한 광고를 강화할 것”이라며 “그들을 설득할 최선책을 찾기 위해 다양한 (홍보) 메지지들을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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