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현지시각) 첫 티브이 토론에 앞서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헴프스테드/AP 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26일(현지시각) 진행된 첫 텔레비전(티브이) 토론에서 한반도 관련 정책을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두 후보 모두 각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꾸준히 제기해왔던 주장이기는 하지만, 다시 한번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던 셈이다.
클린턴은 군 통수권자로서 핵무기 사용 결정 권한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트럼프에 대해 “일본, 한국,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국가들이 핵무기를 갖는 것에 신경쓰지 않겠다고 반복적으로 얘기해왔다”고 공격했다. 그는 “핵무기 확산을 막으려고 모든 일을 한다는 게 미국은 물론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미국이 독일, 한국, 사우디아라비아를 방어해주지만, 그들은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들이 공평한 부담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일본 등을 방어해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동맹국이 미군 주둔 비용을 더 지급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고, 자체 핵무기를 갖든 말든 신경쓰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국 등 동맹국의 ‘무임승차론’을 반복한 것이다. 트럼프는 동맹국에 미군 주둔 비용을 더 전가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재정 여력을 미국 내 일자리 창출 재원으로 삼겠다고 공언해왔다. 저소득 백인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이런 주장에 상당한 호응을 보내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는 대외정책에서 자신의 ‘고립주의’ 노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트럼프는 “나도 미국의 모든 동맹을 돕고 싶지만 미국은 세계경찰을 할 능력이 없다. 세계 모든 국가를 보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견줘 클린턴은 “나는 일본, 한국 등 우리가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동맹들을 안심시키고 싶고, 또한 그들을 존중한다”며 트럼프의 ‘동맹 재설정론’과 고립주의를 반박했다. 하지만 클린턴도 이번 토론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동맹국에 미군 주둔 비용을 더 부담시키는 데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중국이 우리 대신 그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클린턴을 포함해 워싱턴의 주류적 견해인 ‘중국 역할론’과 큰 차이가 없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보호무역주의’도 꺼내들었다. 그는 “우리 일자리를 다른 나라에 의해 도둑질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무역협정을 재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 상당히 거세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등 자유무역을 옹호했던 클린턴은 이날 토론에서 “(티피피가) 좋은 협상이 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나는 책임이 없다. 내가 끝맺음을 한 게 아니다”라며 꼬리를 내렸다. 그만큼 자유무역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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