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미국 팜빌의 롱우드 대학에서 열린 부통령 후보간 텔레비전 토론에서 팀 케인(왼쪽)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 마이크 펜스(오른쪽)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무대에 등장해 인사하고 있다. 팜빌/AFP 연합뉴스
팀 케인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4일 열린 부통령 후보간 텔레비전(티브이) 토론에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임박한 경우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인 후보는 이날 버지니아주 팜빌의 롱우드 대학에서 열린 토론에서 사회자인 <시비에스>(CBS) 방송의 여성 앵커 일레인 키하노가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장한 미사일을 발사하려 한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면 선제적 행동을 취하겠느냐’는 질문에 “임박한 위협에 대해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케인 후보는 “당장 정확하게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해선 정보가 무엇인지, 그 정보가 얼마나 확실한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보가 확실하다면)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재확인했다.
부통령 후보 티브이 토론에서 사회자가 대북 선제타격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은 미국 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 위협에 대해 느끼는 심각함이 커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케인 후보의 발언은 사회자의 가정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인데다, 북한뿐 아니라 어느 나라든 미국에 대한 공격이 임박하면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직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날 케인 후보와 마이크 펜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90분간 티브이 토론 대결에 대해 미 언론들은 펜스의 미세한 우세승으로 평가했다. 버지니아 주지사에 이어 상원의원에 오른 케인 후보는 애초 예상대로 펜스 후보를 거세게 밀어붙였지만, 펜스의 발언 도중 계속 끼어들거나 거만한 태도 등 때문에 점수가 깎였다. 이에 비해 라디오·텔레비전 토크쇼 진행자와 6선의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인디애나 주지사에 당선된 펜스는 차분하고 절제된 대응으로 되레 점수를 딴 것으로 보인다. <시엔엔>(CNN)과 여론조사 기관인 오아르시(ORC)의 조사결과를 보면, 토론 시청자들은 48%대 42%로 펜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토론에서 케인은 “도널드 트럼프가 군 통수권자라고 생각하면 정말 무서워 죽겠다. 어떻게 펜스 주지사가 모욕에 가득 차고 이기적 기질을 가진 트럼프를 방어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공화당 주류를 대표하는 펜스와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를 갈라놓으려 애썼다. 이에 대해 펜스는 “전 세계를 보면, 특히 오늘날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시리아에서 시시각각 보게 되는 상황은 이 정부에서 이끌고 만든 나약한 외교정책의 결과”라며 국무장관을 지낸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싸잡아 비판했다.
트럼프의 탈세 의혹에 대해 펜스는 “트럼프는 세법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활용했다. 그것을 매우 훌륭하게 해냈다“고 옹호한 반면, 케인은 “우리 군대를 위한 세금을 안 낸 것이 영리하다는 건가? 세금을 계속 내는 우리는 모두 어리석다는 것인가?”라고 몰아쳤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방어하는 듯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옹호하지는 않는 펜스의 모호한 태도도 화제에 올랐다. <워싱턴 포스트>는 “펜스는 트럼프에 대한 케인의 수많은 공격에 조금만 대답했다”며 “펜스는 온정적 보수주의로 칭할 수 있는 펜스-이즘(Pence-ism)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2020년과 2024년(대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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