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공개된 ‘아시안아메리칸태평양계연합’(AAPI)의 아태계 유권자 유·무선 여론조사(8~9월) 결과 전체 아태계 유권자의 55%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율은 14%에 그쳤다. 사진은 힐러리가 이날 워싱턴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장에 도착하는 모습.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한달 앞두고 힐러리 클리턴 민주당 후보의 승기가 굳어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반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는 신중론도 일부에선 나오고 있다.
현재 판세로만 보면,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은 ‘따놓은 당상’처럼 보인다.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각종 여론조사 평균치를 보면, 지난달 26일 첫 텔레비전 토론 전까지만 해도 0.9%포인트 차이로 힘겹게 앞서던 클린턴은 6일(현지시각) 현재 트럼프와의 격차를 4.1%포인트까지 벌렸다. 대표적인 대형 경합주인 플로리다(선거인단 27표)에서 트럼프에게 뒤졌던 클린턴은 1차 토론 이후 역전해 트럼프를 2.4%포인트 앞섰다. 또다른 대표적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21표)에서도 클린턴은 6.0%포인트 차이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다. 대선 민심 풍향계로 불리는 오하이오(20표)에선 트럼프가 미세하게 앞서고 있지만, 클린턴이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 두 곳에서 이기면 오하이오는 변수가 되지 못한다. 게다가 클린턴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텃밭이었던 노스캐롤라이나(15표) 등에서도 강세를 보인다. 단합된 민주당과 쪼개진 공화당은 조직력·자금력 등 전력면에서 크게 기운다. 더욱이 이날 같은 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2기 최고치인 55%에 이르고, 오바마보다 더 인기 높은 부인 미셸도 클린턴의 구원투수로 언제든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 ‘불펜 경쟁’에서도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트럼프의 반등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남은 두번의 텔레비전 토론, 그리고 ‘숨은 지지자’ 등이 언급된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그동안 클린턴 지지자들은 당당하게 지지 의사를 밝힌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사석에서도 이를 숨겨왔다”며 “(선거가 가까워져) 이제 트럼프 지지자들도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6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키친 가든’ 행사장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내 미셸의 키스를 받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연일 터져 나오는 돌발변수도 관건이다. 클린턴은 건강, ‘이메일 스캔들’, 클린턴재단 등이, 트럼프는 여성 비하, 탈세 의혹 등이 부각되고 있다. 두 후보는 이날도 각각 악재 하나씩을 떠안았다. 트럼프는 라스베이거스의 <뉴스3> 인터뷰에서 최근 미스 유니버스에게 ‘돼지’라고 부른 것에 대해 “재미로 한 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여성 유권자들을 더 멀어지게 할 수 있는 발언이다. 클린턴은 지난 2월 흑인 유명 토크쇼 ‘스티브 하비 쇼’에 출연하기 전 미리 예상질문을 놓고 사전 협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각본에 따른’ 잘 짜인 인터뷰는 클린턴의 약점인 부정직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논란이 된 잇단 ‘여성비하’ 발언에 대해 “재미로 한 말”이라고 지난 5일(현지시각)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사진은 이날 트럼프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유세하는 모습.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1차 토론에서 ‘대통령다움’과 ‘트럼프다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트럼프는 2차 토론에선 ‘대통령다움’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캠프는 ‘2차 토론에서 빌 클린턴의 스캔들을 제기할 것이냐’는 한 연예매체의 질문에 “이번 대선을 빌 클린턴의 과거가 아닌 미래를 위한 내 정책으로 이기고 싶다. 내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일자리, 무역, 불법 이민 종식, 참전 용사에 대한 관심, 군사력 강화”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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