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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천박한 남자’에서 ‘명백한 성폭행범’으로

등록 2016-10-09 16:42수정 2016-10-10 00:55

기존 막말과는 달리 구체적 비행 보여줘
유혹 실패한 여성의 미인대회 진행 방해
‘3자 섹스’, ‘다이애나와 섹스 가능성’ 등도 떠벌려

2005년 드라마 ‘우리 삶의 나날들’의 카메오 출연을 위해 녹화장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와 미 연예매체 ‘액세스 할리우드’의 빌리 부시(왼쪽), 여배우 아리안 저커(오른쪽). 트럼프는 이날 버스에서 부시와 나눈 외설적 내용의 대화로 공화당 안팎에서 수세에 몰렸다.  연합뉴스
2005년 드라마 ‘우리 삶의 나날들’의 카메오 출연을 위해 녹화장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와 미 연예매체 ‘액세스 할리우드’의 빌리 부시(왼쪽), 여배우 아리안 저커(오른쪽). 트럼프는 이날 버스에서 부시와 나눈 외설적 내용의 대화로 공화당 안팎에서 수세에 몰렸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가 드디어 자신의 막말에 발목이 잡혔다. <워싱턴 포스트>에 폭로된 지난 2005년의 외설저질 발언은 지금까지 알려진 트럼프의 막말과는 달리, 여성에 대한 그의 구체적인 비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 했나

2005년 당시 방송계를 기웃거리던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텔레비전 <엔비시>(NBC)의 연예프로그램인 ‘액세스 할리우드’의 진행자 빌리 부시(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사촌)와 함께 버스에 동승했다. 트럼프는 <우리 삶의 나날들>이라는 연속극에 카메오로 출연하려고, 그 촬영장에 가던 길이었다. ’액세스 할리우드’의 표지가 붙은 이 버스에 그 스탭들과 함께 탄 것이다.

버스 안에서 그는 여성 편력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을 놓고 빌리 부시와 적나라하게 대화했다. “그 여자에게 들이댔는데 실패했어. 솔직히 인정해.” “그 여자랑 XX하려고 했어. 유부녀였어.” “그 여자에게 아주 세게 들이대, 가구점으로 데려갔지. 가구를 원하더라고. 그래서 좋은 가구 있는데를 보여주겠다고 했지.” “XX처럼 그 여자에게 들이댔지만, 하지 못했어.” “그런데 갑자기 그 여자가 대빵 큰 가짜 가슴을 달고 나타나, 완전히 인상이 달라졌어.” 트럼프는 한 유부녀에 대해 성관계를 맺으려고 시도했던 경험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버스가 도착지인 <우리 삶의 나날들> 촬영장소에 접근하자, 마중나와있던 여배우 아리안느 저커(42)의 모습이 보였다. 트럼프는 “와우”하고 환성을 지르고는 말을 이었다.

“저 여자에게 키스할 경우를 대비해 틱택(입냄새 제거용 사탕)를 써야겠어.” “나는 자동적으로 미녀들에게 끌려, 그냥 바로 키스하게 된다니까. 키스가 자석같아. 기다릴 수가 없어.”

그러고는 트럼프는 가장 문제적인 발언을 한다. “스타가 되면, 여자들이 그걸 해주게 한단 말이야. 뭐라도 할 수 있어.” 빌리 부시가 “뭘 원해도”라고 맞장구치자, 트럼프는 “여자들의 XX(여성 성기를 칭하는 속어) 움켜쥐고, 뭐라도 할 수 있지”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런 대화가 녹음된 비디오에서 그들의 대화 도중 화면은 시종 그들이 탄 버스를 보여준다. 버스가 촬영장에 도착하자, 버스에서 트럼프와 부시의 모습이 비로서 보인다. 갑자기 점잖은 신사 행세를 하는 그들은 직전까지 성희롱 대상으로 삼던 저커의 마중을 받으며 촬영장으로 향한다.

이 대화는 왜 문제가 되나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의 행실은 거듭 용서받았으나, 이번에는 아니다’라는 분석 기사에서 “그는 여성를 강제로 키스하고 성기를 움켜쥐면서 성적으로 폭행하려는 것을 신나게 떠벌림으로써, 천박한 남자에서 명백한 폭행범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대화에서 한 여성을 섹스 대상으로만 접근했던 사례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비비시>(BBC)도 ‘이번 트럼프 논란은 왜 다른가’라는 분석 기사에서 “트럼프는 여성들을 자신이 원해서 움켜쥐거나 차버리는 성적인 고기덩어리 조각으로 본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여성은 당시 <액세스 할리우드>의 진행자 낸시 오델(50)로 밝혀졌다. 의회전문지 <더 힐>은 8일 트럼프가 오델로부터 퇴짜를 맞은 뒤 그 보복으로 오델이 미스 유에스에이(USA) 대회 진행을 못하도록 방해했다는 연예매체 <티엠지>(TMZ)의 과거 보도를 소개했다. 이 매체는 2007년 2월22일치 보도에서 오델이 다음 달 미스유에스에이 대회 진행을 맡게 돼 있지만 트럼프와 사이가 틀어져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무대에서) 임신한 여성의 모습을 보기 싫다'는 이유로 오델의 진행을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의 여성관계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는 전형적인 성폭행 차원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엔엔>(CNN)이 추가로 폭로된 과거 발언들은 트럼프의 이런 행실과 인식이 고질적임을 보여준다. 그는 지난 2008년 하워드 스턴의 <시리우스 엑스엠> 위성 라디오의 토크쇼에서 자신의 딸 이방카에 대해 ’육감적’이라는 등 거의 성도착증 수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여성이 35살이 되면 퇴출될 때이다’, ‘3자 섹스를 했다’ 등의 발언도 했다. 그는 특히 ‘우리 모두 그러지 않냐?”며 “우리가 아기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 1990년대 내내 출연한 그는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빈과 성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등을 놓고도 시시덕거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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